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둠도 포근할 수 있구나… '아무도 없는 곳'에 비친 시선들 [SE★현장]





상실과 죽음, 시간의 흐름과 나이 듦. 부정적인 감정으로 점철된 개념들을 ‘아무도 없는 곳’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빛보다는 그림자에 초점을 두고, ‘나’보단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내면을 스스로 보듬게 한다.

17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김종관 감독과 배우 연우진, 이주영, 윤혜리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커피숍, 박물관, 카페, 바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익숙한 듯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더 테이블’, ‘조제’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김 감독은 "전작에서는 두 사람 간의 대화에 집중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형식적인 실험을 더 해보고 싶어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며 “창석이라는 인물이 짧은 시간 여러 명의 인물들 만나면서 심적인 변화를 겪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는 “공간 묘사에 신경을 썼다. 영화에 여러 공간이 나오는데, (이 공간들이) 일상적이지만 그 안에 비일상적인 요소도 같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며 “초반에 이지은(아이유)이 나왔던 공간인 ‘시티 커피’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커피숍이다. 밖에는 지하상가에서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나이 드신 분들도 쉬어가시는 곳이다.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속도의 다름 등에 대해 묘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지닌 메시지에 대해 김 감독은 “‘어둠도 포근할 수 있구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떠올리길 바랐다”고 했고, 연우진은 “상실은 삶의 일부분이고 필연적이다. 상실의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잔잔한 파동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시간, 상실, 죽음 등의 테마를 슬프지 않게 다룸으로써 차별성을 더한다. 김 감독은 "빛과 그림자 중에서 (우리 영화는) 그림자의 영역을 이야기해보자고 했다”며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늙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슬픔에 잠기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때로는 위장하지 않고, (슬픔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 시대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늙음을 생각했을 때 서글픔도 있겠지만, 주인공 ‘창석’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늙어가는 것에 대한 동경도 있고 희망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스토리는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여러 사연을 통과해 나가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창석’은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중심인물. 창석을 연기한 연우진은 "(배우분들)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연기 하려고 했다. 저도 들어주는 입장에 가까운 성격이라 리액션의 연기가 제 본연의 모습이 나올까 걱정도 했다“며 ”날것의 것들의 표현을 하고자 스스로 다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창석이 들린 바의 바텐더 ‘주은’으로 변신해 손님들에게 기억을 사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는 "주은은 아픔에 빠져서 슬퍼하거나 낙담하지만은 않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픔이 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지점을 표현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 같기도, 덤덤해서 강한 사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혜리는 창석의 소설 출간을 돕는 편집자 ‘유진’으로 등장해 자신의 추억 속 이야기를 내뱉는다. 그는 "시나리오 속에서 유진을 봤을 때 (어투가) 보통의 젊은이들 보다는 성숙 조숙하다고 생각했다”며 “낯설다고 해서 표현을 못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넷플릭스 '페르소나' 속 에피소드 '밤을 걷다'로 김종관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 이지은이 우정 출연해 궁금증을 더했다. 김 감독은 " 영화가 ‘밤을 걷다’에서 다뤘던 이야기와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 졌고,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영화적으로도 재미있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서 이지은에게 의논을 했고, 좋은 의미를 보태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연우진은 “무엇보다 상대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 대본 리딩을 많이한 편이 아니라 현장에서 120%이상 표현해내야 했는데, 계산돼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상대배우분 들의 힘이 있어서 (그분들의) 연기를 잘 감상하면 되겠다하는 마음 가지고 현장에 임했다”고 칭찬했다. 윤혜리는 “(연우진 배우는)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시는 분이다. 또 저 스스로 ‘내가 대학 때 한 번 쯤은 좋아했을 법한 선배다’라고 혼자 설정을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ou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