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유럽 방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시기 약화된 대서양동맹의 복원을 꾀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에 맞서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주 중동 순방을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25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연합(EU)의 고위 인사들과 연이어 접촉할 예정이다. 미국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유럽 방문을 시작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분열되고 취약해진 대서양동맹(미국과 서유럽간의 안보동맹)을 복원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블링컨 장관이 이번 브뤼셀 방문에서 동맹 재건에 관해 중대한 외교정책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블링컨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고위대표와 면담하고 미국과 유럽의 안보 위협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맞서 유럽과 미국 간의 안보협력과 동맹을 강화하는 데 이번 방문의 방점을 두고 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방문에 맞춰 나온 설명자료에서 "나토는 우리의 공동 안보 이익과 민주주의, 규범에 기초한 국제적 질서에 중국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응하고자 협력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나토 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나토 병력 총 9,600명의 향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의 협정에서 오는 5월 1일까지 미군 등 국제동맹군의 철군을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1만2,000여명에 달했던 아프간 주둔 미군의 수를 2,500명까지 줄인 상태다.
그러나 나토의 다른 동맹국들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조기철군에 우려를 표하면서 미군 병력이 아프간에 잔류하면 자신들도 병력을 계속 남겨두겠다는 입장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합의한 철군 일자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블링컨 장관이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주둔군 처리 문제에 대해 "쉬운 선택은 없으며 지금으로선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다. 어려운 안보 상황에서 우리 군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중국도 우군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2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을 공식 방문하고 오만도 실무 방문을 할 예정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순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UAE, 바레인의 외교장관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만 밝히고 자세한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다.
왕이 부장의 이번 중동 순방에 유독 관심이 몰리는 데에는 지난주 격렬한 언쟁을 벌였던 미중 고위급 회담 후 중국 외교장관의 첫 해외 방문이라는 배경이 있다. 중동은 미국과 에너지와 안보 분야 등에서 민감한 현안이 걸려있는 곳이다. 특히 이란은 미국과 핵 문제를 두고 연일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 중국과 더욱더 밀착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경제 지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제공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목표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왕이 부장의 이번 중동 순방은 미국이 유럽과 나토 동맹을 강화하려는 가운데 중국이 이란 등과 밀착해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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