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2년 동안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자동차 부품 업체 4개 사에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는 현대·기아차가 실시한 자동차부품 입찰에서 담합한 4개 부품 제조사인 화승·동일·아이아·유일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824억 3,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지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차(64건)와 기아차(35건)가 실시한 총 99건의 ‘글래스런 및 웨더스트립’ 부품 구매 입찰에서 담합했다. 글래스런 및 웨더스트립은 자동차에 외부 소음이나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고무 제품이다.
이들은 현대·기아차가 기존 차종의 새 모델을 개발해 입찰하는 경우 기존 모델에 부품을 제공하던 업체가 입찰을 따내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현대차가 ‘그랜저 IG’ 모델을 새로 개발하면 기존 ‘그랜저 HG’ 모델에 납품하던 업체가 납찰 예정자가 되는 식이다. 이들은 또 낙찰 예정자가 실제 낙찰받을 수 있도록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납품 단가와 납품 개시 이후 가격을 깎아주는 비율까지 정했다. 또 신차를 개발하거나 4개 업체 중 매출 감소 등이 우려될 경우에는 별도 합의를 통해 낙찰 예정자를 정하기도 했다.
이들 4개 사업자는 이 같은 방식으로 99건의 입찰 가운데 81건에서 사전에 정한 낙찰 예정자가 입찰을 따냈다. 나머지 18건은 제3 사업자의 저가 투찰이 나오거나 직원의 단순 실수로 다른 사업자가 낙찰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4개 업체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99.3%에 달한다.
공정위는 화승에 315억 5,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015년에도 크롤러 시장에서 가격 담합을 벌인 동일 측은 과중 처벌이 더해져 이들 4개 사 중 가장 많은 423억 9,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아이아(45억 6,200만 원), 유일(39억 2,100만 원) 등도 과징금을 물게 됐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수급 사업자인 이들 4개 사는 국내 완성차 시장점유율 80%가 넘는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취했으며 장기간에 걸쳐 담합이 발생해 과징 금액이 높게 나왔다”며 “과징금 대비 부당이득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고발 조치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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