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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등단 55년… 원로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의미'

■산돌 키우기

한승원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올해로 등단 55주년, 반 세기 넘게 집필 활동에 몰두해 왔건만, 팔순을 넘긴 고령에도 작가는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매일 빠짐없이 글을 쓴다. 한국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승원(81) 작가의 이야기다. 젊은 독자층에게는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 소설가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지만 한승원 작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동학제’, ‘불의 딸’과 시집 ‘꽃에 씌어 산다’ 등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 온 ‘거목’이다.

그의 신간 ‘산돌 키우기’는 작가가 팔순 평생 처음 내는 자서전이다. 한승원은 이 책에서 지금도 하루도 빼놓지 않을 정도로 글쓰기에 매달리는 자신의 삶을 설명한다. 그는 “글을 쓰는 한 살아 있고, 살아 있는 한 글을 쓸 것”이라며 자신의 일생을 ‘숙명적 글쓰기’로 채워진 삶이라 표현한다. 그는 1980년 교직을 떠나 상경해 전업 소설가로 생활하다가 1997년 귀향한 후에도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구도자처럼 전남 장흥에 거처를 정하고, 토굴에 머물며 글을 쓴다.

한승원은 작가의 말을 통해 “‘나’라는 생명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구에게 어떤 호혜를 입으며 성장하고, 언제 무슨 상처를 입었으며, 그것은 어떤 흉터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로, 무슨 색깔, 어떤 무늬와 결과 옹이들이 생성되고, 그것들이 내 성정과 사상과 삶의 역정을 어떻게 굴절시켜왔고 지금 어떤 자세로, 외계로의 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진술하기로 한다”며 자서전을 쓴 배경을 설명한다. 본인의 태몽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가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유년 시절을 거쳐 학창 시절과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진학 후까지 글쓰기에 영향을 미친 일들을 적어나간다. 전쟁 때 이념으로 갈라진 이웃 간의 대립, 대학 진학 전 고향 염전에서 일한 시절, 광주민주화운동을 목도한 울분은 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원초적 야만과 노동의 경험은 리얼리즘 작품의 기반이 됐고, 광주의 울분은 ‘불의 딸’로 시작된 연작 중편소설 집필로 이끌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산’이라 쓰면 절망한다. ‘쪽물을 들여놓은 듯싶은 하늘’ ‘청남색 잉크를 가득 채워놓은 듯한 바다’ ‘진한 쑥물을 뒤집어쓴 듯한 산’이라 해야 절망에서 벗어난다”는 구절이 보여주듯, 책 곳곳에는 글쓰기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도 드러난다.

한승원은 자서전 곳곳에서 글쓰는 이로 남기를 원한다는 소망을 강하게 드러내며, “이념이나 정의를 위해 글을 쓰지 말고 진리를 위해” 쓰는 작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이야기한다. 2만2,0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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