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이 반도체와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기술주 반등에 베팅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으로 한동안 지속됐던 기술주 조정의 끝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달 1~24일 결제일 기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가운데 ‘마이크로섹터스 FANG+ 3X’를 2억 442만 달러(약 2,318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해외 주식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외에도 국내 투자자는 ‘디렉션 반도체 3X(1억 8,060만 달러)’ ‘프로셰어스 QQQ 3X(6,957만 달러)’를 사들여 추종하는 지수나 종목 상승률의 3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특이한 점은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종목이 최근 조정 국면을 맞이한 정보기술(IT)·반도체 등 기술주 위주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마이크로섹터스 FANG+ 3X’는 트위터(12.88%), 테슬라(12.17%), 애플(9.99%), 페이스북(9.82%) 등을 담고 있다. 또 ‘프로셰어스 QQQ 3X’는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최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이달에만 1.75% 빠지며 다우(4.81% 상승)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2.05% 상승) 등과 비교해 부진한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역시 최근 공급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약세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섹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달에만 3.70% 하락해 3,000선을 밑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최근 금리 안정 기대감과 함께 그동안 부진했던 기술주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형성되고 있다”며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의 전환은 금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동안 가격 부담이 높았던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1위 해외 종목인 테슬라의 경우 지난 1월 고점(900.40달러) 대비 주가는 29.95% 하락한 630.27달러에 거래 중이다. 페이스북(-7.39%), 애플(-5.46%) 등도 주가가 크게 낮아졌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 성장주는 올해 연초 이후 시장 대비 부진한 성과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상대 성과가 하락했다”며 “최근 경기 민감 섹터의 가격 급등 부담과 1분기 실적 시즌이 임박한 점에서 성장주로도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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