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잊혀지는 손가락 상흔…서해수호용사 기억하려 보이는대로 그렸죠"

제2 연평해전 참전 권기형씨 왼손 그린 김기환 작가

잊히는 참전용사 희생 안타까워

헌신·용기 되새기려 그림 그려

우리가 평소 누리는 평온한 일상

이들 희생 덕이란 것 기억하길

김기환 서양화가. /사진 제공=김기환 씨




김기환 작가의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사진 제공=칠곡군


“제2연평해전에서 서해를 지키다 부상을 입은 참전 용사의 고통과 희생이 점차 잊혀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 상처와 아픔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더욱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부상을 당한 권기형 상병의 왼손을 표현한 작품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그린 김기환(53·사진) 서양화가는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투의 상흔이 깊은 손을 그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용사들의 헌신과 용기를 다시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고 말했다.

극사실 묘사된 작품 속의 손은 다섯 손가락 모두 뒤틀려 있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깊은 수술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손목 아래 팔뚝 부분에 움푹 패인 자국은 전투 당시 처절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로 60㎝, 세로 73㎝ 크기(20호)의 이 유화 작품은 권 상병의 실제 왼팔 사진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김 작가는 지난해 6월 경북 칠곡군이 마련한 ‘대한민국을 지킨 8인의 영웅’ 행사를 통해 현재 구미에 사는 권기형(39) 씨의 사진을 처음 마주했다. 칠곡군이 호국 정신 고취를 위해 김 작가에게 작품 의뢰를 한 것이다. 김 작가는 “보기에도 가슴이 먹먹한 모습을 작품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부담스러웠다”며 “작품을 완성하는 내내 마음이 쓰라렸다”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일어난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우리 군은 고(故)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순국하고 권 씨를 포함한 19명이 다쳤다. 당시 K-2 소총수였던 권 씨는 북한 함정의 기관포탄에 왼손 손가락을 통째로 잃었지만 개머리판을 겨드랑이에 지지해 탄창 4개를 한 손으로 교환하면서 끝까지 응사했다. 총탄으로 으스러진 손마디의 뼈는 골반뼈를 이식하고 손목의 살로 복원했지만 손가락은 움직일 수 없다. 지금도 진통제가 없으면 통증으로 잠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처음 사진을 접했을 때 충격적이었다고 소회한 김 작가는 “손은 그 사람 삶의 축소판이라는 의미로 그동안 손 소재 그림을 그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며 “작품을 그리는 내내 권 씨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곱씹었다”고 말했다.

올 초 한 달여 만에 완성된 그림은 26일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이날 경북 칠곡군청에 전달됐다. 자신의 손 그림을 본 권 씨도 김 작가와 칠곡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곡군은 그림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할 계획이다. 김 작가는 “사람들은 평소 누리는 평온한 일상이 누군가의 희생으로부터 온 것임을 잊고 산다”며 “그분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칠곡군 가산면에서 갤러리 ‘쿤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 작가는 추계예술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후 20여 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북 청도, 전남 구례 지역 등의 벽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권 씨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밝힌 그는 “만나면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모두가 감사의 마음을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