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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2차 치료로 '간동맥 화학주입술' 부상…"거대 종양에 적합" [메디컬 인사이드]

■성필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간동맥으로 고농도 항암제 주입

2차 치료서 반응률 40%에 달해

거대한 종양 여러 군데 퍼졌거나

큰 혈관에 침범했을 때 좋은 대안

성필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였던 50대 남성 A씨는 진행성 간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주(主)간문맥까지 종양이 깊숙이 침범했으며 간 내 종양의 범위가 넓은 진행성 간암이었다. 다행히 타 장기로의 전이는 없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간동맥 항암화학주입술을 시행했다. 간동맥 항암주입요법은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해 간동맥으로 직접 고농도 항암제를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8회에 걸친 간동맥 항암주입요법 후 13㎝에 달했던 종양과 문맥 혈관에 침범한 암세포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후 아들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A씨는 수술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이는 간동맥 화학주입술이 진행성 간암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간암은 진행이 되면 치료가 어려운 탓에 생존율이 다른 암보다 낮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의 5년 생존율은 39.4%로 낮은 편에 속한다. 또한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수술적 절제나 국소 치료 이후에도 재발률이나 진행률이 높다. 2023년 간암 사망자 수가 1만 136명으로 폐암(1만 8646명)에 이어 2위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행성 간암이라도 환자에게 맞는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했다. 1차 치료로 건강보험 급여 처방이 가능해진 면역 기반 항암요법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대표적이다. 면역항암제 치료는 간 기능 보존에 유리해 표적치료제보다 장기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면역항암치료의 객관적반응률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면역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면역 기반 치료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는 또 다른 치료 대안이 필요하다.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때 2차 치료로 간동맥 화학주입술을 받았을 때 효과가 좋다고 설명한다. 최근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진행성 간암에서 약 40%에 이르는 반응률을 보이고 있다. 성 교수는 “현재 진행성 간암의 표준 2차 치료법은 경구 표적 치료제이지만 그다지 효과가 좋지 않다”며 “최근 1차로 면역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간동맥 화학주입술을 받으면 효과가 좋다는 데이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간동맥 화학주입술은 과거 간암의 1차 치료법으로 쓰였으나 면역항암치료의 급여 등재 이후 국내 대다수 대학병원에서 명맥이 끊긴 상태다. 동맥에 포트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지만 면역항암치료가 부상하며 영상의학과에서 관련 트레이닝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정맥 내 포트 주입은 어렵지 않지만 동맥은 압력도 높고 포트를 주입할 때 항암제가 새지 않도록 간으로 들어가는 주위 혈관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며 “서울성모병원에서는 간동맥 화학주입술 의뢰가 계속 이뤄져 영상의학과에 관련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간동맥 화학주입술은 특히 타 장기 전이 없이 간에 큰 종양이 여러 군데 흩어진 환자에게 적합하다. 성 교수는 “색전술은 작은 종양이 여러 개 있거나 큰 종양이 1개 있는 경우에 적합한 반면 화학주입술은 큰 종양이 여러 개 흩어져 있을 때, 큰 혈관에 침범돼 있을 때 적합하다”며 “큰 혈관에 이미 종양이 침범한 상태라면 정맥류 출혈 가능성이 높은 항암치료는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항암화학주입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간 등으로 간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한 만큼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 성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얼마 전 50대 초반 남성이 간암 4기 진단을 받고 치료를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며 “진행성 간암이라도 이제는 오래 살 수 있는 만큼 의료진과 꼭 적절한 치료법을 상의했으면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이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이나 알콜성 지방간염 환자의 경우 국가 암 검진 사업에서 제외돼 있어 뒤늦게 거대 간암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며 “당뇨와 지방간이 있는 고령 환자는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혈액 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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