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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억원 그림값의 리히터, 그가 비싼 이유는 이 그림을 보면 안다

독일 추상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개인전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4,900가지 색채'

4원색 기본으로 4,900색 자유자재 배치

쾰른대성당의 역사, 평등한 조합의 가치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 전시 중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중 2007년작 '9번째 버전' 중 일부. /사진제공=루이 비통 코리아




독일의 추상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89)는 살아있는 신화다. 가수 에릭 클랩튼이 그의 팬이자 컬렉터인데 2012년에 소장하던 1994년작 ‘추상화(Abstraktes Bild) 809-4’를 경매에 출품해 3,400만 달러에 팔리며 당시 작가 최고가 기록을 썼고, 이듬해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추상적 풍경화 ‘대성당 광장, 밀라노’가 약 3,700만 달러에 낙찰돼 전세계 생존작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2015년에는 런던 소더비에서 1986년 제작된 ‘추상화(Abstraktes Bild) 599’가 4,630만 달러, 당시 환율 약 514억원에 거래돼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갈아 치웠다. 제프 쿤스의 은색 금속 조각 ‘토끼’(약 1,085억원)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약 1,020억원)에 이어 생존작가 중 3번째로 높은 경매 낙찰가 기록을 보유한 리히터는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연간 거래 총액 1위(2017,2018년)의 작가로도 명성을 자랑한다.

독일의 추상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중 2007년작 '9번째 버전'이 서울 강남구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전시 중이다. /사진제공=루이 비통 코리아


리히터의 대표작이 한국에 왔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 재단의 미술관이자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로도 유명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전시가 7월 18일까지 열린다. 프랑스 명품 재벌이자 컬렉터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수집한 작품이다. 아르노 회장은 명품의 근원이자 창의력의 원천으로 미술품을 모으고, 이를 자신의 미술관에 가둬 두지 않고 전 세계의 대중과 공유하고자 도쿄·베네치아·뮌헨·베이징 등지의 루이 비통 미술관에서 재단 소장품을 소개하는 ‘미술관 벽 너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중 9번째 버전(2007년)인 이 작품이 루이비통 재단 소장품이 된 후 유럽 밖에서 전시되기는 처음이며, 국내에서는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의 전시 이후 모처럼 알찬 리히터의 개인전이 열린 것이라 눈길을 끈다.

루이비통 에스파스 서울에서 한창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개인전 '4,900가지 색채' 전시 중 일부. /사진제공=루이 비통 코리아




리히터의 대표작으로 사진 이미지를 차용해 붓질로 윤곽선을 흐릿하게 만든 ‘사진추상’과 색채표에 기반한 단색조 회화, 일종의 고무 밀대인 스퀴지(squeegee )로 작업한 추상화 등이 꼽힌다. 1980~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리히터는 2007년 의미심장한 제안을 받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같은 독일의 국보급 ‘쾰른 대성당’(1248~1880 축조)의 남쪽 스테인드글라스를 디자인해 달라는 것. 쾰른 대성당의 남쪽 측랑 색유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훼손된 상태였다. 리히터는 실제 중세 시대의 창문에 쓰인 72가지의 다채로운 색채를 1만1,500장의 수공예 유리 조각으로 구성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돔펜스터(Domfenster)’를 제작했다. 자유로운 색상 배치는 특별히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추출한 것이었는데, 이 방식이 바로 ‘4,900가지 색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루이비통 에스파스 서울에서 한창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개인전 '4,900가지 색채' 전시 중 일부. /사진제공=루이 비통 코리아


전시장에 들어서면 4,900개의 색채가 쏟아져 내리는 별처럼 눈부시게 공간을 에워싸고 있다.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공간이라 색의 존재감이 최고조로 빛난다. 빨강·노랑·파랑·녹색의 기본 4원색을 컴퓨터 프로그램의 무작위 추출로 배열했다. 각각의 색은 우열없이 평등하다. 폭 약 25㎝의 패널에 가로·세로 5개씩 총 25개의 색을 조합했는데, 이것이 총 196개로 전체 4,900가지 색깔을 만든다. 이것이 구성 방식에 따라 총 11개의 버전으로 나뉜다. 이번 전시작 ‘9번 버전’은 대형 2점과 중형 1점, 소형 1점으로 이뤄져 있다.

격변의 시대상을 독보적인 추상 회화로 그려낸 리히터가 색(色)으로 700여 년 전의 과거와 소통했다는 점, 평생에 걸친 색채 탐구로 다양한 색의 평등한 가치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미술사(史)가 시대를 초월한 명품 작가로 리히터를 칭송하는 이유일 것이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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