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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신흥국 경기회복 격차 확대…8년전 '긴축발작' 재연되나

■ IMF, 신흥국 자금유출 경고

IMF "빚 많은 관광업 의존국 압박 클 것"…남유럽 등 불안

中·日은 이미 긴축 대비…亞 금리 인상 분위기 확산될 수도

유엔도 "경제상황 안정은 심각한 오해…개도국 위기 여전"





30일(현지 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1.77%까지 치솟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기다렸다는 듯 개발도상국의 자본 유출을 경고했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만연한 ‘긴축의 그림자’를 재확인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의 빠른 경기회복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대외 금융 수요가 많고 부채 수준이 높은 국가”를 지목했다.

이미 글로벌 저금리 공조는 금이 간 상태다. 지난 3월 터키와 브라질이 첫 테이프를 끊은 후 러시아 등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오는 4월 말 인도네시아, 5월 초 노르웨이 등도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국가로 거론된다.

터키·브라질의 경우 정정이 불안하고 이렇다 할 산업 기반도 없다. 헤알화(브라질), 리라화(터키) 등 자국 화폐도 지난해부터 달러화 대비 급락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인상한 곳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흥국의 자본 유출 우려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는데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이런 우려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3년 ‘긴축 발작’의 경험을 잊지 말고 시장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유럽 경제의 ‘약한 고리’인 동유럽과 남유럽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양적완화에 나섰다.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금 유출 위험으로 과거 금융위기에도 양적완화를 시도하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코로나19 위기에 이들마저 극단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려한 바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도 불안하다. 유럽의 바이러스 재유행 가능성 등으로 이들의 주력 산업인 관광업 회복이 올해도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연합(EU)은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EU 국가로의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접종 속도도 더딘 상태다. 미국의 빠른 경기회복으로 시장금리가 들썩일 경우 피해를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이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코로나19로) 회복이 느릴 관광업에 주로 의존한 국가가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도 자본 유출 리스크의 영향권에 있다. 최근 필리핀·태국 등은 모두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과 이머징 경제 간 경기회복 격차가 확대되면 터키·브라질 등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해외 자본의 신흥국 투자 비중 축소→외국인 자산 처분→달러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최근 닛케이는 올해 아시아 투자자의 현지 채권시장 투자 비중이 2010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나 강달러가 촉발할 수 있는 자금 유출 리스크는 이전보다 덜한 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미 주요 아시아 국가는 내부적으로 긴축을 기정사실화하고 대비하는 모습이다. 일본은행(BOJ)의 경우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 폭을 -0.2~0.2%에서 -0.25~0.25%로 조정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지자 통화정책의 여지를 넓혀놓은 것이다. 최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인민은행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한 중국도 자본시장에 대한 점검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올 초 89.87이었던 달러인덱스는 93 남짓까지 치솟은 상태다.

사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신흥국 자본 유출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500억 달러(약 736조 원) 규모의 특별인출권(SDR)을 신규 발행하고 금융 상황이 안정적인 국가의 SDR을 경제 취약 국가에 재분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DR은 IMF가 창출하는 준비 자산으로 달러나 유로 등 안전 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즉 IMF가 개도국에 채무 부담이 적은 유동성을 공급해 자금 유출을 최대한 막아주겠다는 것이다.

유엔도 비슷한 경고를 내놓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상황에서 지난해 아르헨티나와 벨리즈·에콰도르 등 6개국만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것은 경제 상황이 안정됐다는 ‘심각한 오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많은 개도국이 부채 위기에 처해 있다”며 “IMF가 SDR 발행은 물론 6월 말 만료되는 ‘채무원리금상환유예이니셔티브(DSSI)’를 최소 1년 연장하고 수혜 대상 국가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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