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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빠진 官街…'정책 파수꾼'이 사라졌다

[무너지는 관료사회]

靑·巨與에 정책 주도권 뺏기고

LH사태 땐 적폐·개혁대상 몰려

국가 중장기 미래 그려야하는데

5년짜리 정부 심부름꾼으로 전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료적 합리성은 사라지고 정치적 합리성만 목소리를 높인다. 청와대와 거대 여당에 정책 주도권을 빼앗긴 관가에서는 ‘청(靑)기친람’에서 ‘여(與)기친람’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 ‘마스크 대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적폐로 몰리며 개혁 대상이 된 것은 공무원뿐이다. 당청과 정책을 논의하는 파트너였던 관료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머리 없는 손발’로 추락했다. 관료 사회의 붕괴는 정책의 연속성을 파괴한다. 전직 고위 관료는 “후배들이 5년짜리 정부 단기 정책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다”며 “관료는 나라의 중장기적 미래를 생각하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5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행정부가 정책 운영의 독립성을 잃으면서 관료들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무기력증이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친노동 성격의 법안 강공 드라이브와 재난지원금, 가덕도 특별법까지 정부 목소리는 그대로 묻혔다. 특히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이념이 담긴 정책들은 실패했고 책임은 관료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180석의 거여가 탄생한 후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과 보신주의는 극에 달하고 있다. 제어장치가 사라지자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당의 의지대로 징벌적 부동산 정책이 이어졌고 부메랑이 된 것은 집값 급등이었다. 조세정책을 최전선에서 지휘하던 조세실장은 국회 조세소위에서 “잠깐 나가 있으라”는 말을 들으며 쫓겨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은 부처 1급과 공기업 임원 인사까지 청와대가 모두 손에 쥐고 있다. 인사권이 없으니 무력감은 커진다. 국회는 생색만 내고 책임은 관료 사회로 떠넘기니 “이럴 거면 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참여정부의 DNA를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정권 초부터 ‘늘공(늘 공무원)’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출발했다. 참여정부 개혁의 발목을 잡은 것이 경제 관료라는 트라우마는 관료를 불신하게 했다. 정권 초기인 지난 2019년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개 회의에서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도맡아 하겠다”라는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익명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관료를 정책 전문가로 대우하지 않고 정치인들이 군림하려 드니 사기가 떨어지고 점점 움츠러들게 된다”며 “나라의 기둥인 관료 사회가 흔들리면 국가 리더십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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