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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추천이사 깃발 들었던 KB우리사주 "빅테크 공세에 조합원도 위기감"

■"이념보다 실리" 금융노조 '변화 바람'

노조추천이사제로 내부 싸움보다

주주가치 제고 '실용론' 힘 얻어

KB우리사주 "금융권 대부분 도입하면 추진"

우리금융도 "공생하며 기업발전 힘 쓰겠다"

이달 결정하는 기업은행 뒤따를지 주목





KB금융 주주총회장에서 노사 대립은 ‘연례행사’였다. 지난해 11월에도 KB금융 우리사주조합 측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발언권을 달라며 언성을 높였고 주총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주총에서는 불과 4개월 만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노조추천이사보다는 주주 가치 제고라는 실용론을 들고 나온 문훈주 우리사주조합장이 큰 표차로 당선됐고 주총에서도 사측과 상생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실론 중시 MZ세대, 주주 가치 제고 지지=문 조합장은 우리사주조합의 변화 이유로 현실론을 들었다. 그는 “조합원 사이에서 노조추천이사제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이상보다는 실리를 택했다”고 풀이했다. 그동안 조합원이 산 KB금융 매입가는 현재가를 넘지 못해 조합원은 연말정산 외에는 혜택이 없었다. 노사가 대치하며 주가를 주저앉히기보다는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가를 부양하고 조합원도 이익을 보자는 실용론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은행도 이제는 주택은행과 합병한 후 입행한 통합 세대가 전체 구성원의 절반을 넘는다”며 “이들을 비롯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상보다는 현실을 중시해 주주 가치 제고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B금융은 변화하는 노사 관계에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까지 겹쳐 주가가 연초 대비 30%나 급등했다.





빅테크의 공습과도 관계가 깊다. 최근 국내에 지점 하나 없는 카카오뱅크는 개인 대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네이버페이도 30만 원까지 후불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문 조합장은 “외부에서 큰 적이 나타나면서 조합원들도 위기감을 느꼈다”며 “계속 노조추천이사제를 갖고 내부 싸움을 하기보다는 주주 가치 제고에 힘을 쏟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KB 우리사주조합은 상당 기간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문 조합장은 “금융권 대부분이 도입하면 우리도 추진하겠다”며 “그 대신 중간배당, 자사주 소각, 2006년 이후 끊긴 조합원에 대한 무상출연 등을 요구할 것이다. 사측과 파트너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조합장은 최근 당국의 금융지주 압박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다른 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측과 협의해 6월 이전에 금융위원장에게 면담도 요청할 방침이다.

◇우리 “공생 통한 가치 제고”·기은은 노조추천이사 이달 결론=우리금융 노조 역시 비슷한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 고위 관계자는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할 경우 시장에서는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며 “이미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청을 할 수 있는 등 사측을 압박할 수단이 있으므로 굳이 보여주기 식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사주제도를 활성화하고 사측과 공생하며 기업 발전과 시장에서의 우리금융 가치를 제고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에서는 이달 노조추천이사 선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4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의 임기가 지난달 끝났고 노조는 복수의 사외이사 후보를 사측에 추천한 상황이다. 기은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임면하는 구조다. 시장 예측은 팽팽하게 갈린다. 노조추천이사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던 KB금융이 변하면서 기업은행도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취임하면 노조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고 이는 기업은행을 통한 금융정책 실행의 속도를 늦출 것이므로 금융위가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노동자를 직접 사외이사에 임명하는 노동이사제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으므로 이의 전 단계 격인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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