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혜진과 챔피언 조 대결 끝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신고했던 이소미(22·SBI저축은행)가 올해는 장하나와 맞붙어 2승째를 따냈다. 최혜진은 당시 대상(MVP) 포인트 1위, 장하나는 투어 통산 상금 1위의 대선수다. 이소미는 통산 2승을 모두 ‘빅 네임’과 우승 경쟁 끝에 따내며 한껏 주가를 높였다.
투어 3년 차 이소미는 11일 롯데 스카이힐 제주CC(파72)에서 끝난 2021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나흘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정상에 올랐다. 4언더파 2위 장하나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10월 휴엔케어 여자오픈 제패 이후 약 6개월 만의 우승으로, 상금은 1억 2,600만 원.
전남 완도 출신으로 최경주의 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한 이소미는 강한 바닷바람이 불었던 영암 휴엔케어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초속 6m 안팎의 강풍이 끊이지 않은 이번 제주 대회마저 2~4라운드 페어웨이 안착 100%의 기록으로 접수하면서 ‘바람의 딸’이라는 별명도 얻을 만하다.
‘개막전의 여왕’ 타이틀을 얻은 이소미는 ‘메이저 퀸'에 오를 자질도 확인했다. 이번 대회는 단단한 페어웨이와 딱딱하고 빠른 그린, 수시로 방향이 바뀌는 고약한 바람 등 가혹한 조건이 겹치면서 메이저 대회 같은 분위기로 치러졌다. 나흘 간 오버파 스코어가 없는 선수는 이소미 단 1명뿐. 나흘 합계 언더파 스코어도 이소미, 장하나, 정슬기(1언더파 3위) 3명뿐이다. 특히 3라운드에는 80타대 ‘주말 골퍼 스코어’를 적은 선수만 6명에 이르렀다. 이렇게 혹독한 테스트를 1등으로 통과한 이소미는 4월 29일 시작될 시즌 첫 메이저 KLPGA 챔피언십 우승 기대를 확 끌어올렸다.
3라운드에 ‘데일리 베스트’인 3언더파를 치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선 이소미는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잃지 않으며 트로피를 끌어안았다.
같은 챔피언 조의 이다연이 초반 더블 보기로 뒤처지면서 승부는 이소미·장하나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9번 홀(파5) 보기로 1타 차로 쫓긴 이소미는 13번 홀(파4)에서 장하나에게 버디를 맞으면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소미는 15번 홀(파5)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물이 갈라 놓은 2개의 페어웨이 중 비교적 위험한 왼쪽 페어웨이를 드라이버로 공략해 292야드나 보냈다. 95야드를 남긴 세 번째 샷을 핀 4m 거리에 떨어뜨린 뒤 결정적인 버디 퍼트를 넣어 1타 차 단독 선두를 되찾으면서 이소미는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이어 16번 홀(파4)에서 장하나가 어프로치 샷 실수와 3퍼트로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격차는 3타 차까지 벌어졌다.
웃음이 많고 사교성이 좋은 이소미는 동료들 사이에 ‘핵인싸(인사이더 중의 인사이더)’로 통한다. 지난해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사전 행사의 진행자로 동료들을 인터뷰하면서 끼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날 살얼음 승부 중에도 이소미는 개구쟁이 같은 웃음으로 긴장을 풀며 3년 차 같지 않은 여유를 보여줬다. 경기 후 이소미는 “바람이 많을 때는 그저 자신한테 더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다. 보기를 해도 ‘이 바람에는 이럴 수 있지’ 하면서 유연하게 넘겼다”며 “겨울 훈련을 제주에서 한 것과 멘탈 선생님의 도움을 처음으로 받아본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전반기 1승 목표를 빨리 이뤘으니 후반기 1승 목표를 위해 달리겠다”고 했다.
장하나는 우승은 놓쳤지만 2위 상금 7,700만 원을 받아 통산 상금을 약 48억 3,000만 원으로 늘렸다. 네 시즌 연속 대상에 도전하는 최혜진은 4오버파 공동 12위로 마쳤고 지난 시즌 2승의 박현경은 12오버파 공동 42위로 마감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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