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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는 시대적 과제...학교 자율 아닌 필수교육 지정해야"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 교사 인터뷰]

환경수업 통해 '환경 감수성' 높이자

학생들, 지역사회에 수업지식 전파

에너지자립마을로 변신 기여하기도

뉴저지주선 유치원생부터 기후교육

콩고·캄보디아 등 개도국도 필수화

분리수거 등 개인 차원 실천 넘어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학교 역할 중요

신경준 숭문중 교사가 서울 마포구 숭문중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출생한 친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아파트에 살고 자동차를 타고 등하교하며 주말에는 대형마트에 갑니다. 하루에 한 번도 흙을 밟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부모도 가르쳐주지 않는 자연의 소중함을 아이들이 과연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환경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12년간 초중고 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우리나라 중등 정규 교과목에 환경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대학 입시에 필요한 필수과목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환경 과목이 김영삼 정부 때인 지난 1996년 개설됐다는 사실이다. 25년간 환경 과목의 존재를 몰랐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환경 교육을 경시했다는 방증이다.

서울경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숭문중에서 15년 동안 환경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신경준(사진) 교사를 만났다. 신 교사는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유일하게 환경 교육을 전공한 환경 교사였다. 올해 13년 만에 환경 교사 8명(서울 2명)이 신규 임용되며 전공 교사가 33명으로 늘었지만 그는 “여전히 소수라 외롭다”고 말했다. 그는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동안 ‘쓰레기 안 버리고 분리수거 잘하라고 하면 그게 환경 교육’이라고 치부하는 통념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학도였던 신 교사가 환경 교사가 된 계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다. 1996년 대학에 입학해 건축을 공부하던 중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진로를 틀었다. 그는 “대학에서 교직 이수를 하고 숭문중에 부임할 당시 전공과 다른 환경 과목을 맡게 됐다”며 “전문성을 키우려 2009년 대학원에서 환경 교육 석사 학위를 땄다.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환경 교육을 전공한 환경 교사는 내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환경 수업은 ‘환경 감수성’ 학습에서 출발한다. 환경 감수성은 지구상에서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때 타자의 범위는 생물뿐만 아니라 공기·물·흙 등 모든 존재를 포함한다. 생물 과목은 생물 간 관계를 분류학적으로 접근하지만 환경 과목은 철학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환경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수업이 활용된다. 학원에 가기 바빠 그냥 지나쳤던 자연을 수업을 통해 들여다보고 연구한다. 교내 식물을 관찰한 뒤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해 학교 생물 지도를 만들거나 생물종 카드를 제작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다른 교과목과 다르게 팀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환경 수업의 큰 특징이다.

“‘숲속의 오케스트라’라는 팀은 길거리 버스킹 공연에서 자연의 소리를 연주합니다. ‘애니멀과 라이프’ 팀은 합정역 인근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KARA)를 찾아가 유기견들을 보살피며 봉사 활동을 하고 입양을 하기도 합니다. ‘숨은 제비 찾기’ 팀도 있는데요. 이 팀은 우체국공익재단과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제비 탐사 활동에 참여합니다. 요즘 보기 힘든 제비들이 어디 있나 파악해보니 고층 건물·아파트가 아니라 단독주택이나 층 낮은 빌라에 주로 서식하고 있었어요. 학생들이 제비 집을 보호하려 받침대를 만들고 제비 생활을 앱에 공유하면서 개체 수 회복에도 도움을 줍니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면 저는 그에 맞는 기관을 소개해주며 네트워킹 역할을 하죠. 환경 수업은 생활기록부에 활동 기록만 남을 뿐 평가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오로지 흥미에 따라 참여할 수 있어요.”

신 교사는 학생들이 환경 수업 때 배운 내용을 가정과 지역사회에 전파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집에서 엄마·아빠와 전등을 끄고 가전제품 플러그를 뽑는다”며 “아이들이 환경 지식을 부모에게 전파하고 관심이 지역사회로 전파되면서 이 지역 소금꽃마을(공덕동·염리동·대흥동 일대)은 에너지자립마을이 됐다”고 소개했다. 에너지자립마을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마을 공동체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신 교사는 환경 교육에서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운동을 강조하는 방식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쓰레기 매립지를 떠밀고 한국과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로 오랜 갈등을 겪고 있듯이 환경문제는 개인의 실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전 세계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는 ‘버리지 마라’ ‘아껴 써라’ 식의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1996년 환경 과목이 처음 개설됐을 때 교련·상업·농업 과목 교사가 환경을 가르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이제 텀블러 사용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등 개인의 실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정부·세계가 모두 실천할 때가 된 것이죠. 또 자꾸 개인 실천을 요구하면 환경 교육이 공포 교육이 돼버릴 수 있어요. 텀블러 안 쓰고 대중교통 이용 안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데 이렇게 접근하면 환경 교육이 불편해지죠.”



신 교사는 4대강사업과 탈원전 정책 갈등에서 체계적인 환경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문제가 경제·사회·정치 모든 분야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환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환경 의제들을 환경 쟁점이라고 합니다. 4대강·원전 이후 어떤 쟁점이 나올지 모릅니다. 그동안은 석탄·원전처럼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발생한 쟁점에 대해 단순히 찬성·반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미래 세대에 일어날 일까지 예상해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훗날 정치인, 에너지 발전 종사자, 정책 입안자가 됐을 때 각자의 위치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환경 수업에서 길러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환경 교육이 필수 교육으로 자리 잡았다. 신 교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1년부터 법적으로 ‘과학과 환경’ 교과에 생물종 보존, 대기 질, 물 절약 및 오염 방지, 통합 해양 관리, 독성 물질 및 통합 폐기물 관리, 에너지 보존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뉴저지주는 올해부터 유치원·초중고 학생 140만 명이 배우는 직업·보건·교육·과학·기술·시각공연예술·외국어 7개 과목에 기후 환경 교육을 필수로 반영하도록 했다. 핀란드에서는 교육문화부 장관이 2010년 환경 과목을 모든 학교에서 주요 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초중고에서 주당 1시간씩 기후환경 교육을 하고 프랑스는 2019년 중고교 모든 학급에 환경부장제도를 도입해 학교생활에서 환경보호 행동을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초중고교에서의 환경 교육을 필수화하고 캄보디아가 기후환경과학 과목을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저개발 국가에서도 환경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경 교육을 학교 선택에 맡기고 있다. 각 시도교육감이나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교육을 강조하지만 정작 내용을 뜯어보면 학교 시설 증개축에 초점을 맞추거나 교내 태양광발전기 설치 등 정부 정책 사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 교사는 “지난해 하반기 교육부가 발표한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부일 뿐 환경 교육 정책이 아니다”라며 “환경 교사 배치를 늘리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공감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환경 교육을 경시하는 분위기지만 환경 교사들은 직접 환경 행사를 기획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환경 교사 33명으로 구성된 ‘한국환경교사모임’이 대표적이다. 청소년과 책임 있고 지속 가능한 환경 행동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2004년 출범해 2013년 환경부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됐다. 신 교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공동대표를 맡다가 2017년부터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환경교사모임이 2013년부터 3년간 서울에서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를 공동 주최하면서 하루 만에 13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전등 끄기 운동으로 10억 원어치의 비용을 절감했다”며 “이를 계기로 세계자연기금(WWF·자연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비정부기구)이 한국에 사무소를 내고 직접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 He is △2006년 서울 숭문중 환경 교사 △2013년 환경 교육 논문 공모전 환경부장관상, 2013년 서울시 에너지 절약 공로 시민, 한국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 △2015년 환경교육위기대응연대 간사 △2016년 지속가능발전교육 교육부장관상, 빗물교구경진대회 환경부장관상 △2019년 방송통신중학교 환경 강사 △2021년 EBS 중학 환경 강사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사진=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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