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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른들은 몰라요' 이환 감독 "시대는 변해도 세대는 변하지 않아요"



이환 감독 /사진=리틀빅픽처스




“씨X, 니들 나 없으면 어쩔뻔봤냐”는 ‘엄마’ 박화영이 사라진 후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다들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믿지만, 적어도 한명은 아닌 듯 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학교,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한 세진(이유미)에게 세상은 그저 냉혹하기만 하다. 헛헛하게라도 웃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수술 할거에요. 애 뗄거에요,”

날것 그대로의 ‘박화영’과 달리 15일 개봉한 ‘어른들은 몰라요’는 마치 연극처럼 에피소드를 이어붙여 이야기를 끌어간다. 보다 영화적이 됐다고 해야겠으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욕설과 폭력 그리고 냉담한 현실의 벽은 더 강해졌다. 여기에 위선은 화룡점정이다.

비공식 천만영화 ‘박화영’의 연장선, EXID 하니로 활동했던 안희연의 첫 연기 데뷔작 외에도 작품을 두고 이야기할 부분은 많다. 우연한 계기로 세진을 만나 함께 방황하는 20대 초반(?) 재필로 출연하기도 한 이환 감독은 전작에 이어 그 강하고 센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펼쳐놓는다. 그리고 그 안에 콕 박아놓은 강렬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Q. 역시 호불호가 갈린다.

- 이번 영화는 ‘박화영’보다 보편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영화로 보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역시 지지해주는 의견과 너무 자극적이라 별로라는 의견이 나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네요. 그 세대의 이면, 강해보이지만 여린 사회적 약자들의 정서를 전하려는데 그 한꺼풀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은것 같아요.

Q. ‘우리 사회가 아직도 뭔가 문제가 있지 않아?’ 정도의 질문만 던져줘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놀랐다. 어떤 목표를 갖고 작업을 시작했나.

- 기성세대와 그 뻔한 기성세대가 되고 싶지 않은 어떤 10대들의 이야기. 편가르기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해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이 많았어요. 10대인 아이들과 이제 갓 성년이 된 20대 초반 아이들, 그리고 그 윗세대의 다양한 군상들. 그 안에서 아이들이 결국 뻔한 기성세대로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담으려 했습니다.

이환 감독 /사진=리틀빅픽처스


Q. ‘박화영’에 등장한 가출 청소년을 넘어 이번에는 임신까지, 한발 더 나아간다.

- 이번 영화는 ‘박화영’보다는 보편적인 작품으로 구상했어요. 순화를 안 시키더라도 보편적인 부분을 넣어 조금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Q. 세진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의 사연, 과거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이하다.

- ‘그가 그러는건 다 이유가 있어. 그는 그런 아픔과 상처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그를 사랑하도록 해보자’ 이것 자체가 어떤 클리셰? 굉장한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왜 편을 들어줘야 되지. 그냥 우리가 길거리 스쳐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의 스토리를 유추하진 않잖아요. 그냥 그 사람의 행색으로 단순하게 평가하는 거지. 지나가는 비행청소년들 보고도 마찬가지고. 이 영화는 세진이 이야기를 소화하는 가운데 다른 인물들은 그냥 시작점에서 바라보고 설명하지 않아도 유추하고 상상하게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각 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 등장인물과 비슷한 10대들을 인터뷰 해보면 만나자마자 으르렁거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다 친구가 되면 큰 계기나 어떤 사건 없이도 친해지거든요. 세진의 이야기를 1~3막으로 나눈다면 1막에서 상처를 받고 집을 나와 24시간 롯데리아에서 혼자 잠을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주영이 나타나요. 그렇게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이 아이들에게 굉장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겼다고 봐요.

재필의 경우도 세진을 구하려다 한 방 얻어맞고 뻗는데, 바로 야산으로 배경이 바뀌거든요. 과정이 요약돼 있지만, 힘을 합쳐 그를 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친분이 쌓였겠죠. 그런 부분들이 요약돼 있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산에서 세진이 “오빠 나 좋아하죠?”라거나 재필이 “교회가서 기도하라”는 꼰대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자신들만의 유대관계를 이미 형성했다는 것으로 봐도 되죠.



Q. 촬영에 앞서 2개월간 워크샵을 진행한 것으로 들었다.

- 영화가 강렬하다 보니 모두들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일종의 발설과 배설하는 시원함이 있었기에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일정한 감정에 도달하기 위해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달하는 과정 안에서 배우들이 어떤 정서를 만들어가고 표현하는지에 대해 집중하려고 했거든요. 워크샵을 통해 솔직하게 감정을 쏟아내는게 좋다는 것을 인식하고, 계속 연습하고 이를 키워가며, 완성한 뒤 시원함과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생각해요.



Q. 안희연(하니)에게는 그 과정이 정말 신의 한 수가 됐다. 스케줄을 빼는데 무리는 없었나.

-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는 두달간 워크샵을 하는데 무리가 없고, 안희연은 무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작업을 할 수가 없죠. 똑같은 배우에요. 그리고 출연 제의를 할때도 ‘워크샵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설명을 해주고, 이걸 못하면 어렵다고 충분히 설명을 했고요. 그걸 못한다면 이 배우를 데려와 봐야 소용없잖아요.

배우의 인지도 때문에 관객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결과론적으로 뭐가 볼 것을 만들어주고, 뭔가 제시를 해야 하는데 출연의 의의만 두면 안되죠. 희연이는 용기 있게 덤비고 용기 있게 참여해줘서 고맙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배우라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Q. 처음 연기를 한 안희연은 어떤 모습이었나.

- 웬만한 신인 배우들은 카메라를 무서워하는데, 이 친구는 아주 익숙한 사람이기에 1차원적으로 카메라 공포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역시나 워크샵을 할 때도 굉장히 과감하고 용감한 표현들을 스스럼없이 보여줬어요. 내가 생각한 것에 가깝게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희연이의 장점을 캐치하고 이야기하면서 점점 캐릭터를 찾아갔죠.

저는 어떤 배우든 그 배우에 맞춰 캐릭터를 수정하기보다 그가 살아온 정서와 어우러지는 감정들이 나오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내가 써놓은 것에 맞춰 연기해주세요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렇게 솔직하고 용감한 배우를 만난데 대해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이야기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나

- ‘시대는 변해도 세대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제 아버지가 보낸 10대부터 앞으로 10대를 살아갈 친구들을 보면 어느 때나 그 시대에 따른 폭력이 있었고, 나이에 맞는 폭력과 왕따가 있었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매체가 많아지고, 그것을 지칭하는 단어가 생기면서 더 많아 보이는거죠. 사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이 ‘애들은 다 그러면서 살아’ 하며 어른들이 묻었던게 많아요. 제가 보고 경험한 것도 있고, 동네에서 무성하게 떠돌던 소문도 있고. 그걸 기초로 캐릭터를 만들고, 10대들을 인터뷰하고 추가로 조사를 하면서 상상력을 입혀 소재를 찾아가요.

Q. 사회에 던지려는 문제가 세대차이로부터 시작된다는 느낌이다.

- 작품에 등장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무수히 많죠. 갓 스무살이 된 회색분자같은 아이들이 그와 같은 선택을 할거냐 아니냐, 그냥 그런 기성세대로 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어른이 되어갈거냐 선택의 기로에 서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 시기에 뭔가에 대한 고민과 뒤틀림을 주면서 관계를 써내려가는 비정상적인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틀어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전달하려 했습니다.

Q. 스케이트보드를 활용해 사건과 사건 사이를 끊어주는 방식이 눈에 띈다. 앞으로는 나아가지만 계속해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듯.

- 평소에 관심 있어서 관련 영상을 많이 보는데 기술 하나 연마하는데 6개월에서 1년씩 걸리기도 한대요. 그 노력이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하나. 누가 뭘 줘서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세진이 유산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과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스케이트보드 타는게 자기는 좋지만, 굉장히 위태로워 보이잖아요. 그런 모습이 세진과 흡사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Q. 영화를 지배하다시피 하는 욕설에 대한 관점은.

- 예전에 그런걸 본 적 있어요. 술 마신 아저씨들이 말다툼을 하는데 그냥 5분 넘게 시X만 하고 계세요. 그런데 그게 다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감정이 실리니까. 아이들에게 욕이라는건 사실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르잖아요. 기분 좋아도, 짜증나도, 반가워도 쓸 수 있는. 요즘 나오는 줄임말이나 은어처럼 그것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게 아니라 그게 그들의 문화라면, 시대가 바뀌는 것을 나타낸다면 존중할 수는 없더라도 어느정도는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Q.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노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가 귀에 쏙쏙 박힌다.

- 평소 아주 좋아했던 노래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처음부터 이 곡이 엔딩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 관객들이 나가시는데, 이게 마지막 신이니 꼭 들어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 목소리, 그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영화를 다 보지 않은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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