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 전쟁을 낚는 바다 '남중국해'

■지리대전-로버트 D. 캐플런 지음, 글항아리 펴냄

과거 모두의 바다였던 남중국해

미중 패권다툼에 '화약고' 부상

동남아 각국도 영유권 요구 거세

저자 "21세기 가장 위험한 지역

전쟁 가능성 배제 못한다" 경고

미국 태평양함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공개한 미국-말레이시아 남중국해 연합훈련 모습./사진출처=미 태평양함대 트위터




남중국해에 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합동 훈련을 위해 항모 전단을 이끌고 남중국해에 등장하자 엿새 뒤 중국이 랴오닝호를 중심으로 하는 항모 전단을 남중국해로 급파했다. 중국 전투기가 수시로 대만 항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고, 영유권 분쟁 지역인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X)에 중국 선박이 무더기로 정박하는 일로 인해 동남아 각국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의 해군 전략자산이 이례적으로 동시 출격했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바다 밑을 누비고 다닐 양국의 잠수함까지 생각하면 이들 국가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래도 당장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군이 자신들의 함대에서 촬영한 랴오닝호 사진을 공개한 것만 봐도 현재로선 심리전 정도만 벌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정학 전문가 로버트 캐플런은 미래에도 전쟁 가능성이 없다고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지리의 복수’ ‘몬순’ ‘21세기 국제정치와 투키디데스’ 등 지정학 요인을 중심으로 국제 관계를 분석해온 로버트 캐플런은 신간 ‘지리대전’에서 남중국해를 21세기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지목한다.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말한 ‘투키디데스 함정’, 즉 현재 패권국과 신흥 패권국이 정면 충돌하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역내 국가들이 저마다 바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군사력 사용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남중국해 지도./사진제공=글항아리


남중국해는 오랫동안 ‘모두의 바다’였다. 해류를 따라 오가는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던 어부들은 태풍이 몰아치면 작은 섬에 잠시 피신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주변 국가들이 저마다 바다 주인 임을 자처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남중국해에는 200개가 넘는 작은 섬과 바위, 산호초가 존재하나 항상 수면 위에서 관찰되는 것은 수십 개에 불과하다. 모두 사람이 살 수 없는 땅 덩어리들이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 사정은 다르다. 바다 아래 석유 매장 추정량은 70억 배럴, 천연가스는 900조 입방 피트에 달한다. 어획량은 전세계 바다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게다가 남중국해는 수많은 경제 조직을 연결하는 목구멍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60% 이상이 남중국해를 거쳐 수입된다. 엄청난 경제적 이권과 정치 외교적 활용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남중국해 갈등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더해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각국의 복잡한 역사 외교적 관계, 지도자들의 목표와 야망, 국민의식까지 분석한다. 중국은 해양법 등을 존중하지 않는다. 역사가 짧다는 이유에서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바다라고 주장하며 해군력 증강에 큰 힘을 쏟고 있다. 휴양지로 알려진 하이난 섬은 실은 중국의 강력한 해양 군사 기지다. 최신 디젤 전력 잠수함과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모항이다. 이런 중국이 지난 10년 남중국해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자 다른 국가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베트남과 중국의 오랜 갈등도 주목한다. 베트남인들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악감정을 미국에 대해 크게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이 경계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늘 독립을 위협해 온 중국이다. 아무리 군사력을 키워도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적하기 어려운 베트남에게는 경제 협력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가 필요하다.

지난 3월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자국 EEZ 내 휫선 암초 지역에 무더기로 정박한 중국 선박 사진을 공개했다./AP연합뉴스


스프래틀리 군도를 두고 중국과 대립 중인 필리핀은 현재 정치 및 군사 체제가 혼란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중국은 영유권에 대한 필리핀의 관점을 중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도시국가-무역국가 모델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켜 온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해안선 바깥으로의 영향력 확대가 국가 발전과 직결된다. 대만은 아시아의 베를린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은 또 다시 대만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저자는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가 성장할수록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벌써 중국과 동남아 각국은 스프래틀리 제도 주변 섬과 암초를 차지하기 위해 인공 군사시설을 경쟁적으로 세우고 있다.



게다가 질서 수호라는 명분 아래 개입하는 미국의 해군력이 현재는 압도적이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 잡고 있어 10년 후, 20년 후엔 중국이 역전할 수 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이 끝내 대만 주권을 차지하고 원유 수송 보호 등을 명분으로 인도양까지 진출한다면 국제 사회 힘의 균형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더해 미국이 남중국해 전략을 어떻게 가져 가느냐에 따라 현재 동맹국이 중국 편에 서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저자는 예상한다. 미중 갈등 구도에서 외교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남중국해 문제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1만7,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