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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미 정상회담, '전략적 모호성' 시험대…"쿼드 동참 카드로 백신 받아야"

[미일 회담으로 본 5월 한미회담 향배]

바이든 '반중' 동참 압박 불보듯 뻔해

文, 'G2 갈등' 활용 실용 외교 나서야

美, 한일관계 개선 압박도 거센 가운데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 유지에 급급

中 견제 문제 등 해법 못 찾아낸 상황

쿼드 참여 통해 한미동맹 다질 시기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5월 말 열릴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와프’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 또는 쿼드 플러스 동참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쿼드 가입 카드를 지렛대로 삼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백신 추가 접종을 통해 감염 위험을 낮추는 ‘부스터 샷’ 계획을 검토하면서 한국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8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확보한 백신을 한국에 일정 부분 우선 공급하고 한국이 대신 이를 나중에 되갚는 ‘백신 스와프’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안건으로 백신 스와프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한미 정부 차원의 협력이 있으면 미국 행정부가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내 전 국민 70% 이상이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상반기 도입 백신 물량은 약 1,000만 명분에 불과하다. 또 아스트라제네카(AZ) 등의 백신이 혈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화이자와 모더나 등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백신 패권주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신 스와프 요청을 위해서는 한국의 쿼드 가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근우 인천연구원 평화도시연구단장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분명한 국익은 중국 견제”라면서 “백신 문제를 협상할 때 미국이 중국 견제에 대한 동참 메시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5월 말에 열리면 그동안 정부가 추구해온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자”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일본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함께 견제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전폭적인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 그 여파로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그동안 미중과의 관계에서 보여온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고 한국의 국익을 앞세운 실용 외교를 펼치기 위해 전략적 자율성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반도체 분야 등에서 기술 동맹을 맺고 부족한 국내 백신 물량을 백신 스와프로 확보하는 등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미국 주도의 안보 협의체 ‘쿼드(Quad)’ 동참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쿼드 언급을 하지 않았고, 동아시아 전략의 축도 쿼드 협력과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 2개로 나눴다”며 “그런데 한국이 쿼드 동참에는 문을 닫았고, 한일 관계는 계속 진전이 없었던 만큼 이제부터는 실질적으로 중국 견제에 동참하겠다는 입장 표명이나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쿼드가 안보 협의체라고 처음부터 참여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나서기 어려우면 외교 당국 간 협의의 문은 열어두고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한가운데에 선다고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다. 중국에는 쿼드의 방역·환경·경제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미국에는 쿼드 협의 기조를 드러내면서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단순하게 기계적인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동맹이 원하는 것과 너무 거리 있는 행보를 보였다”고 우려했다.



현지시간 16일 오후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인 만큼 한국도 중국 견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1969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를 언급했고 홍콩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명기됐다. 이에 남근우 인천연구원 평화도시연구단장은 “스가 총리가 중국 견제와 관련해 일본은 분명하게 바이든 정부 편이라고 완전히 입장 표명을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제 미국이 한국의 입장 표명을 물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도 “일본이 미중 간 전략 경쟁, 신냉전 구도를 굳히는 촉진자 역할을 자처했다”면서 “결국 한미일 3자 관계에서 미일이 결속하고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한국은 부분적 협력인데, 일본은 전면적 협력이기에 한일 관계에서 미국은 일본 편에 서서 한국 측에 압력을 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미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한국의 우려에도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이 외에도 미국과 반도체 등 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로 미국에 분명한 노선을 보여주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반도체 협력 강화나 공급망 협력 등 미국과의 기술 동맹은 심각한 반중 전선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안보나 인권 문제보다 덜 민감한 문제”라며 “또 기술협력은 미국과 중국 두 국가와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개 핵심 부품에서 공급망을 검토하고 있는데 한국과도 이와 관련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노선을 택해 우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미국을 설득해 백신 수급을 확보하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신 센터장은 “보건은 정부가 많이 관여하는 부분이다. 백신 스와프뿐만 아니라 미국이 3차 접종 시기를 조절해 우리 정부에 일정 물량을 할당하거나 한미 간 백신 공동 생산 혹은 라이선스 계약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짚어냈다. 중국 견제 동참에 응해야 한다면 국내 부족한 백신 수급 물량을 확보하는 실용적인 외교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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