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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30년 된 갈라파고스 규제로 신산업 발목 또 잡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30일 쿠팡을 자산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넣으면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어 미국 시민권자인 김 의장이 실질적 오너인 쿠팡 역시 ‘총수 없는 대기업’이 유력했는데 시민 단체 등이 특혜를 준다며 반발하자 공정위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현재 쿠팡의 1대 주주는 지분 33.1%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이며 김 의장은 10.2%에 불과하다. 그런데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김 의장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해 의결권 비중이 76.7%로 올라갔다.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는 김 의장이 맞는 셈이다.

하지만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면 특혜론 이상의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공정위는 그간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의 경우 한국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로서는 사우디는 놔두고 자국 국적인 김 의장을 규제한다면 제3국과 비교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 규정을 위배했다며 문제를 삼을 수 있다. 더욱이 공정위가 정책 방향을 바꿔 외국인에게 동일인 규제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갈라파고스 규제’에 지친 외국 기업의 한국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6촌 이내 혈족까지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쿠팡이 뉴욕증시에서 우리 공정거래법보다 강한 규제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수평적 의사 구조를 지닌 신산업에 구시대적 재벌 규제의 딱지를 붙이려는 발상을 멈춰야 한다. 아울러 쿠팡의 논란을 계기로 1987년에 도입돼 유물처럼 된 동일인지정제도를 전면 수술할 필요가 있다. 온갖 논리로 기업들에 족쇄를 채울 궁리만 하면서 산업 패권 전쟁에서 이기겠다고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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