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0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사근로자를 근로자로서 보호하는 법안이 이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사근로자는 그동안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보호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20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환노위는 27일 법안심사소위에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안을 처음 상정한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공청회까지 마쳤다"며 "이 법안에 대한 여야 의원의 이견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안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법안은 29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친 뒤 당일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근로자의 지위와 자격, 지원 제도 등을 만드는 법이다. 법이 통과되면 가사근로자는 연차휴가, 퇴직금,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상당수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가사근로자는 40만~60만 명으로 추정한다.
가사근로자는 70여년간 사실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가사 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탓에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2010년부터 가사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안 논의가 시작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법 제정 논의가 불 붙었다. 지난해 7월 정부안(고용노동부)에 이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3월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까지 대표발의하면서 여야 모두 법 제정을 서두르는 모양새로 법안 통과가 급물살을 탔다. 현재 4개 발의 법안을 하나로 합치는 병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가사근로자 단체들도 올해 초부터 가사근로자 법 통과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2월에는 3월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환노위를 규탄하기도 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관계자는 "가사노동자들은 70여년째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가사근로자법은 시급하게 통과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사근로자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변수는 남아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에 대해 체계·형식과 자구 심사를 결정하면, 본회의 상정 일정은 그만큼 늦어진다. 가사근로자법과 근로기준법의 해석 충돌 가능성과 가사근로자 서비스 비용 증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임이자 의원안에 담긴 가사근로자 자격제한 규정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을 넣은 점도 변수다. 가사노동자협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파산 자격 규정’은 과도하다"며 "환노위 위원들을 만나 이 규정을 제외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환노위 의원실 관계자는 "(파산 자격 규정 등은) 27일 법안소위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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