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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밝혀도 되는지 모르겠는데"…文 약속한 '모더나' 상반기 도입 무산 시인

洪, 모더니 공급 연기 공식 인정

얀센 600만명 분도 늦어질 듯

상반기 접종 목표 달성 불확실

美 '백신 스와프' 성사에 촉각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으로부터 향후 코로나19 백신 확보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권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업체 대표와 통화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의 국내 공급 시점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졌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혈전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미 제약사 얀센에 백신 ‘생산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우리나라에 상반기 중 공급될 예정이던 600만 명분의 공급도 불확실해졌다. 백신 제약사들의 사정으로 백신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한미 간 백신 스와프(swap)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모더나 백신 4,000만 도스(2,000만 명분)를 계약했는데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는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하반기 도입을 공식화했다. 모더나는 지난 13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에 1억 회분의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정부가 공급 연기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얀센 백신 공급 일정도 불확실해졌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도입할 백신 600만 명분을 생산 중인 미국 내 얀센 백신 공장에 생산 중단 명령을 내렸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권욱 기자


당국은 상반기 중 1,200만 명의 예방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두 백신의 상반기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상반기 중 이미 도입됐거나 도입될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백신 약 900만 명분 외에 나머지 백신의 공급 일정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미 백신 스와프 등의 방식으로 백신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한미 간 ‘백신 스와프’ 가능성과 관련해 “(오는 5월 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스와프는 백신 물량이 넉넉한 국가가 백신을 빌려주고, 빌린 국가가 기술을 전수받아 백신을 대량생산해 되갚는 방식이다. 하지만 백신 스와프는 주로 미국 내 비축분이 많은 AZ 백신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데, 이 백신은 국내에서도 혈전증 등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한미 백신 스와프가 성사되도 결론에 이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틀어진 백신수급…野 “계약서 보자”


홍 직무대행이 미국 제약 회사 모더나의 백신(2,000만명분) 도입 차질을 공식 인정하면서 상반기 예정된 물량이 하반기에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한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공언한 상반기 2,000만 명분 모더나 백신 물량 확보가 물 건너갔다. 이에 야당은 하반기에는 백신 도입이 가능하다는 홍 직무대행을 향해 백신 공급 계약서 공개를 요구하며 정부의 백신 무능을 질타했다.

지난해 말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의 화상 통화에서 2분기부터 2,000만 명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더나는 보도 자료를 통해 오는 5월부터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모더나가 “2억 회분의 백신을 7월까지 미국에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국가의 공급은 1분기가량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하면서 국내 공급 일정은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 직무대행은 이날 “제가 밝혀도 되는지 모르겠는데"라고 운을 띄우더니 “하반기에 들어오도록 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해 공급 지연을 공식화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그럼 2분기부터 청와대가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을 확보한다고 한 것은 거짓이냐”며 “2분기부터라고 하는데 왜 아직 안 들어오나. 계약서를 보여주면 끝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권욱 기자


이런 가운데 약 600만 명분의 얀센 백신 국내 도입 일정도 불확실해져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보건 당국은 19일(현지 시간)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중인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 공장에 얀센 백신 제조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 공장은 얀센 백신을 만드는 최대 생산 시설 중 하나로 한국이 공급받기로 한 600만 명분의 백신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보건 당국의 상반기 접종 목표 1,200만 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더나·얀센·노바백스 등 다른 백신의 수급이 관건이다. 정부는 당초 모더나·얀센 백신을 2분기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연이은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수급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 노바백스 백신이 6월께 100만 명분이 도입돼도 총 물량은 1,000만 명분으로 예상된다. 홍 직무대행은 “공급이 확정 돼 있는 게 1809만 도즈로 AZ는 2회를 맞아야 하는 것 포함한다면 1,200만 명분에 해당한다”며 “(상반기 물량이) 정말 들어오는 것이냐, 차질은 없을 것이냐는 우려가 있다. 외교적인 역량까지 총동원해서 상반기에 차질 없이 들어오도록 하는 데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 공급 지연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이날 밝힌 ‘백신 스와프’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미국의 백신 상황에 여유가 생겼으며 실제 미국이 다른 국가에 백신을 스와프 형식으로 빌려준 사례도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월 18일 브리핑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250만 회분과 150만 회분을 빌려주고 다시 백신으로 돌려받을 계획을 소개했다.

한편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두고 기 싸움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공시가격) 이의신청을 하면 몇%를 받아주는지 아는가. 0.2%다”며 “수천 건을 이의신청해도 겨우 몇십 건만 받아준다. 그게 정부 횡포라고 국민은 느낀다”고 주장했다. 홍 직무대행은 “합리적인 것은 다 받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의원님은 99%의 이의신청이 왜 인정이 안 됐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지금 저한테 질문하는 것인가”라며 “이 자리(의원 발언대)에 오면 된다. 저와 자리를 바꾸자. 제가 거기(홍 직무대행 자리)로 내려가겠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의 순발력 있는 대응에 회의장에 있는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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