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진에게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도입 가능성까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산 백신 확보가 난항을 겪으면서 다른 여러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점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진에게 코로나 백신 수급 상황을 보고받으며 러시아가 만든 스푸트니크V의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백신을 이미 접종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와 신청 방법, 물량, 부작용 등을 전반적으로 짚어보라는 지시였다.
스푸트니크V는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최근 청와대에 공개 검증을 요청한 백신이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더나, 화이자, 노바백스 뿐 아니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플랜B’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스푸트니크V는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승인을 받아 700만 명 이상이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러시아산 백신까지 염두에 두게 된 것은 미국 백신 수급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화상 통화까지 하며 계약한 2,000만 명분의 모더나 백신 물량도 올 상반기 도입은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미 간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금년 여름까지 백신 접종을 마치려는 계획 때문에 여유분 물량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미국은 올여름까지 집단면역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중국 보아오 포럼 개막식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로 교역·투자 환경이 위축되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당장에는 자국 경제를 지키는 담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의 백신 공급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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