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사에서 청년의 체감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을 바탕으로 산정한 경제고통지수가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재보궐선거에서 20대 청년의 여당 지지율이 낮았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의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대 실업자가 한 해 전보다 2만 5,000명 늘었다. 전체 구직단념자는 68만 4,000명으로 10만 명 늘었는데 그중 상당수가 청년층이다.
최근 청년 고용 상황이 나빠진 큰 이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임은 말할 나위 없다. 정부는 그 대책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6조 원의 재정을 들여 104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공공 일자리 사업이 본격화된 지난 3월에는 취업자 숫자가 늘고 청년 고용률도 일부 나아졌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단순 노무직이 11.9% 늘었지만 대졸 취업자가 희망하는 사무직은 1.6%밖에 늘지 않았다. 정부가 단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급히 만든 일자리는 청년들 경력 발전에 도움이 못 돼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청년 실업이 장기적·구조적으로 생긴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실업률은 하락하고 청년 실업률도 대체로 내려갔는데 우리나라는 개선이 더뎠다. 현재 한국의 청년 실업률 수준을 주요국과 비교하면 일본·독일·멕시코보다 높고 프랑스·이탈리아보다 낮다.
취업·교육·직업훈련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니트족 숫자가 2016년 26만 명에서 지난해 44만 명으로 늘었다. 고령화 진전으로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성장률이 낮아져 투자와 채용 기회가 줄어든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덮쳐 취업 포기생을 양산하게 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년 고용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길은 민간 기업의 채용 확대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채용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왔다. 채용 방법도 전환해 현재 5대 그룹 중 신입 사원을 대규모로 공채하는 곳은 삼성뿐이다. 정부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기업 투자 환경의 불안 요인을 제거하면 채용을 늘릴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부담을 높이는 일을 유예하고 가시적인 규제 완화 조치를 해야 한다.
정부 재정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정보 통신, 빅데이터를 포함한 신산업에 대한 기술 훈련을 확대하고 일자리 미스 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협회·단체 등의 일자리 센터 예산을 늘리는 게 더 바람직하다.
구조적으로는 노사 관계 및 임금 경직성이 청년 고용의 제약 요인이다. 해고가 실질적으로 어렵고 봉급이 근속 연수에 따라 정해지는 제도에서는 고정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 여력이 적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한국의 노사 협력 점수가 호주 수준으로 향상되면 청년 고용률이 4.8%포인트 오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 130위 수준의 대립적 노사 관계를 풀어야 청년 채용이 늘어난다.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5,662명을 뽑는데 약 20만 명이 몰렸다. 한창 일할 청년들이 아까운 시간을 시험 준비에 쏟는 건 국가적 손실이다. 정보화 시대에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을 대거 뽑기 위해 자원을 낭비해야 하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에 몰두하거나 빚내 주식에 투자하는 20대가 많다. 그들의 취업 기회를 넓혀 경제적 고통을 덜게 해주는 게 정부와 기업 그리고 현재 일자리를 가진 노조의 책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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