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결국 '자가검사'카드 꺼냈지만…오락가락 정책, 피로감만 키운다

확진자 폭발적 확산세

여론 반발 의식 거리두기 격상 대신

부정적이었던 자가검사키트 도입

검사 정확성 떨어져 역효과 논란

전문가 "잘못된 시그널 줄수 있어

방역 조치 강화도 병행해야"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4차 대유행 수준에 근접하자 다급해진 정부가 결국 ‘자가 검사 키트’ 를 도입했다. 현재 확산세를 감안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이 필요하지만 자영업자 등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결국 다른 카드를 꺼낸 것이다. 방역 당국은 그동안 “정확성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자가 진단 키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확진자 조기 발굴의 필요성이 커진 데다 거리 두기 단계 추가 격상이 힘들어지자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97명을 기록하며 106일만에 최다를 기록한 23일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있다./성형주기자 2021.04.23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에스디바이오센서·휴마시스가 개발한 코로나19 자가 검사 키트 2종에 대해 조건부 사용을 허가했다. 두 제품은 모두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직접 코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는 키트로 검사 결과는 15~20분 이내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두 제품의 민감도(질병이 있는 환자 중 양성이 나올 확률)는 각각 82.5%, 92.9%다. 특이도(질병이 없는 환자 중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확률)는 각각 100%, 99%다. 실제 감염자 10명 중 8~9명은 골라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간 당국은 위양성률 우려가 크다며 자가 검사 키트의 도입을 꺼렸다. 진단검사의학회 등 전문가 집단은 체내에 바이러스 양이 많지 않을 시 민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며 경증 확진자의 경우 오판이 나올 수 있어 오히려 방역에 위험하다는 의견을 지난해부터 제기해왔다. 방역 당국 역시 “비의료인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기는 어렵다”며 도입을 반대했다.

하지만 무증상·경증 확진자들이 가족·지인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조용한 감염’이 지난해 말부터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선제 검사를 통한 확진자의 조기 발견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게다가 새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가 검사 키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결국 자가 진단 키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600명을 웃도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할 시점을 놓쳤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끝내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증가 추이가 가파르지 않고 야금야금 증가하는 추이인 데다 의료 체계 여력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피해와 희생을 야기하는 거리 두기 강화보다 정밀 조치를 통해 이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부분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거리 두기 격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97명을 기록하며 106일만에 최다를 기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대상자들이 북적이고 있다./성형주기자 2021.04.23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 검사 키트가 ‘보조적 수단’임을 명확히 하면서 “증상이 있으면 자가 검사 키트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선별 진료소를 찾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약국 등에서 쉽게 접근해 자체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검사자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무증상 확진자가 자가 검사 키트로 음성 판정을 받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확산할 경우 오히려 확산세를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거리 두기 단계를 조정하지 않은 채 자가 검사 키트 등 우회적 방법을 택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데 접촉을 줄이고 더욱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주지 않고 스스로 정한 거리 두기 기준을 깨버리면서 시민들에게 현 상황이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차 유행이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접촉 강도를 낮춰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거리 두기 단계를 조속하게 격상하는 게 결국 거리 두기를 멈출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위양성 확률이 1%만 돼도 하루 50만 명을 검사하면 5,000명이 양성으로 나오는 수치”라며 “자가 검사 키트로 확진됐을 때 바로 격리할 수 (여력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진 설명


한편 자가 검사 키트 도입을 서둘렀던 서울시는 발 빠르게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유미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통제관은 “코로나19 자가 검사 키트의 사용 방안에 대해 다중 이용 시설 관련 단체·협회와 논의를 진행해왔고 실질적인 실행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위해 시 차원에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전문가들과도 다양하게 논의해 시범 사업 대상과 규모를 곧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