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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대신 '긴축' 꺼낸 美 재무…'출구전략 시계' 빨라진다

[금리인상 신호탄 쏜 옐런]

◆'금리인상' 발언 배경은

두달째 차량 1,800만대 팔리고

식당·전자상거래 등 매출 폭등

4월 신규 일자리 210만개 전망도

백신접종에 '실물' 빠르게 살아나

월가 "美 경제 너무 뜨겁게 회복"

연준 '조기 긴축' 가능성 점점 커져

4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역 내부에서 여행객들과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이 역은 코로나19 여파로 거의 텅 빈 상태였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전역에서 팔린 신차는 1,854만 대로 지난 3월(1,808만 대)에 이어 두 달 연속 1,8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2005년 이후 약 16년 만이다. 도요타와 혼다·현대자동차 등이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소비가 한 번에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매월 평균 1,450만 대가량이 판매되는 데 그쳤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수요 증가에 딜러사의 재고가 35~38일 수준”이라며 “일반적인 기간은 65~70일로 현재 딜러사에 새로 도착하는 차들은 대부분 사전 판매가 끝난 것들”이라고 전했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경제활동 재개가 지속되면서 실물경제가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배경에도 이 같은 상황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핵심은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다. 식당과 커피숍부터 각종 상점에 이르기까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1분기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이 9% 증가했고 맥도날드는 13.6%나 늘어났다.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44% 폭등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4.2% 늘어 시장 예상치(4.0%)를 웃돌았다.

이 같은 온기는 경제 전체로 퍼지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온라인 광고와 유튜브 실적 향상에 1분기 매출이 34% 늘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19% 증가했다.

경기상승 조짐은 물가에서도 나타난다. 당장 구인난에 급여 수준이 오르고 있고 구리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수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에 주로 참고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의 경우 3월에 전년 대비 1.8% 올라 금리 인상을 위한 연준의 최소 기준선인 2%에 가까워졌다. 앞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0615A03 美 비농업 일자리 증감현황




월가에서는 경기회복을 넘어 과열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부양책에 1조 9,000억 달러(약 2,139조 원)를 쏟아부은데다 추가로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든 고객들이 과열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너무 뜨겁게, 너무 빨리 회복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7일 나올 4월 고용 보고서에서는 비농업 일자리가 최소 100만 개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증권사 제퍼리스는 210만 개 증가를 전망했다. 이 경우 연준의 긴축 시간표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반도체 품귀 현상 같은 공급난에 제조업은 다소 주춤하다. 최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4월 제조업활동지수가 60.7로 3월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65)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공급 문제는 지속 기간이 짧았고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연준에서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7%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전망한 수치(6.5%)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주와 지방정부가 속속 경제 완전 정상화 시점을 앞당기고 있어 회복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과 뉴저지·코네티컷이 오는 19일부터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완전 철폐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 일리노이주의 시카고가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이전까지 모든 경제·사회 활동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옐런 장관의 번복에도 긴축과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스티펠의 배리 배니스터 수석주식전략가는 “옐런이 (긴축 시) 제롬 파월이 받아야 할 비난을 일부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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