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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연준, 각본 짠듯한 대응…주식·암호화폐 과열에 칼 뺐나

■이번엔 연준의 경고

불안감 커지는 자산시장

"일부 자산 가치 역대급 고평가"

4월 일자리 26만여건 늘어

긴축시계 예상보다 빨라질 듯

한국 등 신흥국 시장까지 영향

제롬 파월 연준 의장./AP연합뉴스




최근 미 정책 당국 수장의 발언을 복기해보면 미리 각본을 짜놓고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증시를 비롯해 곳곳에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자산 시장의 거품을 빼기 위해서다. 스타트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끊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이전보다 주목하고 있지만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변함은 없다’고 밝혔는데 일주일도 안 된 지난 4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김을 뺐다. 옐런 장관이 자신의 발언이 와전됐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연준 의장 출신인 그의 발언이 그렇게 가벼이 나왔을 리 없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파월 의장 대신 재무장관인 옐런이 총대를 메고 시장에 경고 사인을 날렸다는 것이다. 6일 공개된 연준의 금융 안정 반기 보고서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보고서의 뼈대는 자산 시장의 급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시·암호화폐·부동산할 것 없이 자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시장 참여자가 급격히 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보고서를 통해 “높은 자산 가격은 일정 부분 낮은 국채 수익률을 반영한다”면서 “그렇지만 일부 자산의 평가 가치(밸류에이션)는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서도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연준이 증시 등 자산 시장이 하락세로 급반전할 수 있음을 경고한 대목이다.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 기업들의 높은 부채 수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취약해진 상업용 부동산 수요 등이 자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요인으로 꼽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위험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이 늘면서 자산 시장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증시만 봐도 올 들어 다우존스 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20번 이상 경신하고 있지만 시장 안팎의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당장 어닝 시즌에서 최고 실적을 발표한 기업조차도 향후 전망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빈도가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금이 단기 정점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줄줄이 나올 고용 및 물가 지표도 긴축 시계를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다.

미 노동부는 4월 비농업 일자리가 26만6,000개 늘어났다고 7일 밝혔다. 최대 210만 개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 예측에 비해서는 폭이 크지 않지만, 4개월 연속 일자리가 늘면서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오는 12일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13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미 성인 70%가 백신 1회 접종을 마치는 등의 빠른 백신 접종과 이에 따른 경제 재개 등으로 경제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추세다. 통화정책 당국이 내부적으로 고민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빨라지는 경기회복→인플레이션 우려 고조→앞당겨지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유동성 축소에 따른 자산 시장 충격 등의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이유다. 노무라증권의 찰리 맥엘리거트 전략가는 “앞으로 두 달 동안 미국 경제지표가 고점을 경신할 경우 인플레 우려로 증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연준의 테이퍼링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의 자본시장도 출렁거릴 수 있다. 미국이 조기에 금리를 올리는 등의 급격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은 없겠지만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이 미국으로 유턴할 가능성에 대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서는 국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긴축 논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연준은 또 한번 강조했다. 경기 과열과 함께 코로나19 악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코로나 재유행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연준은 코로나19가 다시 퍼질 경우 차입 비중이 높은 보험사와 헤지펀드 등이 더 위태로워지고 머니마켓펀드(MMF)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과열에 따른 인플레 우려로 인한 자산 시장의 불안정성, 역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등에 따른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에 두루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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