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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외교·안보
[글로벌 현장에서] 덴마크 녹색전환의 시사점

박상진 주덴마크대사

정책 일관성 지켜 장기 투자 이끌고

활발한 민관 협업으로 경쟁력 강화

우리 정부도 기업의 연구개발 돕고

'탄소중립' 국민적 공감대 이뤄내야

박상진 주덴마크대사. /사진 제공=외교부




신록의 계절이다. 필자가 시골에서 자랄 때만 해도 온 천지가 녹색이었다. 그곳이 바로 동심의 놀이터였다. 우리 지구는 산업화 이후 점점 녹색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70년대 이후 고도의 압축 성장을 달성하면서 더 심한 길을 걸어왔다. 요즘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희뿌연 하늘과 회색 콘크리트만 보고 지낸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폭력·범죄·자살 등의 사회문제도 우리가 녹색을 잃어가면서 생기는 것인지 모른다.



오늘날 전 세계의 화두는 단연 녹색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그린뉴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범지구적 과제는 무엇보다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모범 사례의 하나로 덴마크를 소개하고자 한다.

덴마크는 1970년대 세계 석유 파동 이후 탈화석연료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산유국으로서 2000년대 중반까지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로 과감한 정책 전환을 한 것이다.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보수·진보 등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정책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일단 결정된 국가적 과제는 여야 간 합의 없이 다시 바꿀 수 없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얼마 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대통령 6명이 한국의 탄소 중립 실현 과제를 이어가는 데 법률에 기반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일관성이야말로 신뢰성 확보와 장기적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황금률이다.



다음으로 정부와 기업 간 협업이다. 덴마크 정부의 지속적인 녹색 전환 정책과 재정 지원에 힘입어 풍력 터빈 생산과 해상 풍력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들이 탄생했다. 녹색 전환을 위한 지속적인 혁신과 과감한 투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덕분에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위축에도 재생에너지 및 바이오 농산물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풍력·태양광·바이오·가스 등 청정에너지가 덴마크 전체 에너지 소비의 37%, 전체 전력 소비의 80%를 각각 차지한다.

덴마크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와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7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를 의무화하는 기후법을 채택했다. 2050년까지 북해 유전도 폐쇄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공 이익을 창출해가는 모델이다.

덴마크는 녹색 전환 분야에서 한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녹색 성장 동맹인 한국과 덴마크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민관 협력 플랫폼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덴마크는 2018년 제1차 P4G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한국은 5월 30~31일 제2차 회의 주최국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 성장 분야에서 국제적 지도력을 제고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은 화석연료다. 한국의 탄소 중립 실현은 화석 연료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상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 사례에서 보듯 위기는 곧 기회다. 탈탄소 기술혁신이 핵심이다.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잃어버린 녹색을 되찾아 우리 인류가 좀 더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덴마크는 유난히 공기가 맑고 녹색이 많다. 코펜하겐에서 신록의 계절에 느끼는 단상들이 조만간 우리 품에도 가까이 다가와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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