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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 입은 원혼들...그녀들은 왜 귀신이 되었을까?

■ 책꽂이-여성, 귀신이 되다

전혜진 지음, 현암사 펴냄





‘장화홍련전’에서 계모의 학대로 죽은 딸들은 귀신이 돼 원통함을 호소한다. 계모는 왜 죽였을까. 조선 전기의 유산 상속법에 따르면 딸은 결혼할 때 아버지의 유산을 가져가는데, 계모는 이 때문에 재산이 줄어들까봐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남성에게 연심을 고백한 과부는 거절 당하자 자결해 원혼(怨魂)이 됐다. 당대 법규로 재가는 금기였으니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장편소설 ‘월하의 동사무소’ 등을 쓴 소설가 전혜진이 세간에 떠돌던 이야기를 기록한 필기·야담집과 고소설 등의 구비문학을 샅샅이 뒤져 여성 귀신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 중 78편을 담은 이 책은 여성 귀신 이야기 이면에 숨겨진 ‘여성의 삶’에 주목한다. 여성 귀신 이야기의 기록자 겸 향유자가 ‘남성 사대부’ 였음을 지적한 저자는 “이야기는 여성의 억울한 죽음이 아닌, 사대부들의 유능함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셈”이라고 말한다.



범죄의 피해자가 된 여성, 권력과 차별 속에 억압 받던 여성, 전쟁과 재난의 희생양이 된 여성들이 귀신으로 묘사됐고, 저자는 그 안에 켜켜이 도사린 권력 구조와 불합리한 가족 제도를 비판한다. 돋보이는 부분은 산 여성이 죽은 여성을 위로하는 의례인 굿 이야기, 지워지고 잊혀진 여성 신에 관한 부분이다. 마고할미를 비롯해 경기 지역의 노고할미, 서해안 개양할미, 제주의 설문대할망 같은 ‘세상을 만든 태초의 여신들’에 관한 설명에서 저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1만6,5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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