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연평균 7%씩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비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2%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신성장 분야의 국내투자가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설비투자 가운데 반도체 투자 의존도도 심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2011~2020년 한국·중국·일본 3개국의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국내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2.5%에 그친 데 반해 해외투자는 7.1%로 세 배가량 높았다. 중국의 경우 자국 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4.3%, 일본은 3.9%였다. 중국과 일본도 해외투자가 연평균 6.6%, 5.2% 늘어 자국 내 투자 증가율보다 크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그 격차가 작다.
전경련은 한국의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낮은 이유로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 저조를 꼽았다. 중국은 헬스케어, 전자 상거래 등 신성장 분야의 투자가 꾸준히 늘었고 일본 역시 기업 감세 정책 등으로 민간 혁신 투자가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 외에 이렇다 할 신성장 투자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조업 설비투자에서 반도체 비중은 2011년 23.4%에서 지난해 45.3%로 21.9%포인트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제외한 설비투자는 자동차·철강·조선 등 전통 제조업 투자 감소에 따라 전반적으로 역성장하고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들이 각종 인허가와 환경 규제, 노동 코스트 증가 등으로 국내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신성장 분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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