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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반팔 반바지가 한창 어울리는 70대





여름에는 오로지 티셔츠죠. 그 외에 입을 옷이 없을 정도로. 가끔 알로하셔츠도 입긴 하지만, 거의 티셔츠에 반바지. 실은 반바지도 꽤 모았습니다(웃음). (…) 그런 걸 요구받을 때가 있어요. 언젠가 여름이었는데, 출판사 관계자 초대로 긴자의 깃초(고급 일본요리집)에 갈 일이 있었죠. 그런데 입구에서 반바지 입은 사람은 출입을 금한다는 겁니다. 초대를 받은 내가 안 들어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웃음). “알겠습니다” 하고는 가방에서 긴 바지를 꺼냈죠. 현관에서 입었더니 다들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라고요. _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T’, 2021년 비채 펴냄

여전히 소설 독자들은 ‘하루키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취향을 확인한다.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내내 젊은이들에게 회자되는 이 노작가는 올해 73세다. 그러나 그는 권위나 명예, 세간의 편견에 붙들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상실의 시대』 『1Q84』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동안 모은 여름 티셔츠들과 그에 읽힌 에피소드를 풀어놓은 이 책에는 거리에서 하이볼을 마시고, 햄버거를 먹으며, 여전히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한 건강한 남자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책 홍보용 티셔츠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강의할 때 받은 기념티셔츠는 차마 직접 입지 못하고 수줍게 보관만 해둔다.



옷장 속에 접혀 있던 티셔츠 한 장 한 장의 이력과 내력을 착착 펼쳐 보인 그의 새 책에서는, 기어이 대작을 만들어내겠다는 야망이나 자기 자신을 초월하고야 말겠다는 집착도 보이지 않는다. 흔히 노년을 쓸쓸하고 황량한 가을이나 겨울에 비유하지만, 여전히 태양볕 아래 거리를 누비며 하루키는 뜨겁고도 청량한 한여름을 살고 있다. 사람들의 등짝과 가슴에 쓰인 엉뚱하고 즐거운 티셔츠 문구들을 읽어가며, 멋진 티셔츠를 수집해가며, 조금 귀엽게. 한여름 거리에서는 누구나 하루키처럼 명랑한 티셔츠 독자가 될 수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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