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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으로 금융 황제 막겠다” 교각살우식 관치 발상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임기를 총 6년으로 막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1일 밝혔다.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권한 집중으로 채용 비리나 금융 사고 등이 생기기 때문에 장기 집권을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른바 ‘황제 경영’을 차단하기 위해 임기를 법으로 못 박겠다는 뜻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외환 위기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지만 지배 구조 측면에서 숱한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정권과의 연줄을 고리로 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탐닉하는 바람에 ‘4대 천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금융사들은 회장 연령 제한 규정과 사외이사 기능 강화 등으로 권력 집중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관치·정치 금융’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은 더 악화됐다. 노무현 정부 때 고위직에 있었던 인물들이 현 정권 출범 직후 각종 협회장을 차지했고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까지 줄줄이 낙하산을 타고 금융 공기업 등에 내려왔다. 정치권은 예금·대출 이자율, 배당 성향, 이익공유제 등 사사건건 은행 경영에 개입했다. 노조도 경영 개입을 시도하면서 노치(勞治)까지 기승을 부렸다. 이런 터에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까지 법으로 재단하겠다는 것은 금융회사를 공적 기구로 취급하는 것을 넘어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행위다. 이 논리라면 산업은행 등 국책 기관에서 대출해준 기업의 경영 방식도 법에 규정해야 할 것이다.



관치·정치 금융이 뿌리 뽑히지 않은 데는 금융회사의 책임도 크다. 수익 대부분을 예대금리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이 여전하고 금융인 스스로도 정치권에 줄을 대기 바쁘다. 그럼에도 지배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이유로 경영 자율성을 해치는 것은 금융 선진화의 길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온다.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면 되겠는가.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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