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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고 덮친 중기]철강 50% 뛰어도 납품가 제자리…"거래 끊길까 올려달라 못해"

[중기 폐업 '뇌관' 된 원자재값 폭등] 

 소재비 반영땐 계약 입찰 꿈도 못 꿔…수익성 악화일로

 공기업이 숨통 터줘야하지만 정부 "중기 살리자"는 말뿐

 조달청은 납품가 인상 요청에도 "내부 검토중" 되풀이

납품단가조정委 있지만 "대기업 눈밖에 날라" 참여 저조

원자재에 이어 소재 가격까지 급등했지만 납품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최근 단조 업계는 납품가 현실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한 단조 관련 중소기업의 공장에 소재 부품들이 잔뜩 쌓여 있다. /사진 제공=중소기업중앙회




“원자재 가격과 소재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납품 단가 반영은 변죽만 울린 채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벼랑 끝에서 뒤로 내밀리는 형국입니다.”

6일 경기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과 정부 당국이 원자재값과 소재비 상승으로 고통받는 협력 업체와 중소기업의 입장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며 납품 단가에 소재비 상승분이 즉각 반영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폐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지난해 겪었던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보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경영 여건 악화가 더 심각해 중소기업 폐업을 부추기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을 비롯해 정부 기관이 원자재 등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있는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공기업, 공공 기관은 납품가 인상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최근 알루미늄 업계는 조달청에 공문을 보내 가격 인상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 접촉으로는 가격 인상 요구가 수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협동조합이 직접 나선 것이다. 조합이 이처럼 가격 인상을 주도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찬욱 한국알루미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만간 공문을 보내 일괄 가격 인상을 조달청에 요청하려 한다”며 “회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15% 안팎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려 하는데 조달청에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알루미늄은 톤당 330만 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280만~290만 원 정도로 조정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관련 중소기업계도 원자재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철강 가격이 전년보다 50% 올라 ㎏당 1,200만 원에 달하지만 가격 인상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이동호 동진이엔지 대표는 “입찰제로 필요할 때마다 견적이 들어오는데 소재비가 오른 부분이 반영되지는 않는다”며 “자본력이 있는 업체들은 단가를 낮춰 입찰을 딸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는 소재비 인상분을 100% 반영해 입찰에 지원하기 때문에 계약을 수주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결국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만큼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단조 업계는 소재 가격 급등으로 원청 업체에 단가 반영을 요청했지만 지지부진하자 납품단가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권태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전무는 “공식적으로 답변 나오는 게 없다”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고 전했다.

시멘트 업계도 마찬가지다. 톤당 국제 유연탄 가격이 전년 대비 43.2% 상승한 87달러에 달해 경영에 악재가 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 연료용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약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멘트 제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조달청을 비롯해 대기업에 납품 단가 조정을 요청한다고 해도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달청을 통해 근거 서류를 제출할 경우 10%면 조정해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전수조사해서 견적 받아오라고 한다”면서 “기존에 잘하던 업체들도 여러 군데 다시 견적을 받아보면 비교돼서 일감을 빼앗겨버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납품 단가 손해보다 거래 단절 우려가 더 크기 때문에 중기가 조정 요청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상욱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부장은 “올려달라는 신청 자체가 거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보복 행위에 대한 금지도 법으로 정해졌지만 보호막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 통과돼 지난해 납품단가조정위가 출범했지만 신청하려는 조합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 역시 지난 2019년 7월 제도가 설립된 후 2019년 1건, 2020년에는 2건의 신청을 받아 총 3건이 처리된 정도다. 배조웅 납품단가조정위원회 위원장(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조사권이 없다 보니 조정위에서 조정안을 내놓더라도 대기업·원청이 안 지키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갈 뿐”이라며 “한번 눈 밖에 나면 끝이라서 적극적으로 납품 단가 조정을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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