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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중대재해법 시행령…노사에 책임 떠넘기나

안경덕 "노사의견 수렴해 이달 달 입법 예고"

재해정의·책임주체·원하청간 범위 불분명해

구체적 기준 없으면 산업 현장 혼선 불가피

고용보험 先 재정건전화·後 보험료 인상 원칙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중구 서울지방고용청에서 열린 산재사망사고 위기대응 TF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고용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의 시행령이 이르면 이달 말 입법 예고될 것이라고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 관계 부처에서 막바지 협의 중인데 노사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시행령을 공개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논쟁적인 법안이다.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형 등 처벌을 강화한 규정이 대표적이다. 노동계는 사고 예방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환영하는 반면 경영계는 과도한 처벌로 경영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고용부가 준비 중인 시행령에 위임될 구체적인 기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날 안 장관은 “(노사 양쪽이) 구체적인 것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모두 시행령에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적인 것은 다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상적인 표현 등으로 애매모호한 시행령을 만들어 갈등의 불씨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관측은 지난해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처음 도입된 ‘중대시민재해’라는 개념에서 규정하는 재해의 범위와 처벌 규정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시민재해의 개념을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 이용 시설 또는 공중 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라고 정의했다. 또 중대시민재해에서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재해는 제외한다’고 해놓고 처벌 대상을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로 규정했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의 정의와 책임주체, 원하청간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노사간 견해 차이가 클 경우 송사로 번지는 등 2차 분쟁이 예상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통과될 당시부터) 사건의 판례가 쌓일 때까지는 현장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며 “시행령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지난해 5조원 이상 적자를 내는 등 고갈 우려가 큰 고용보험기금의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보험료율 인상 문제는 재정 건전화 방안이 마련된 뒤 경기 상황과 노동시장 여건을 검토하려고 한다”며 “인상해야 할 경우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기금 특성상 코로나19 등 위기 지원을 위해 일시적인 적자가 불가피하며 보험료율 인상 때는 국민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장관은 “고용보험기금은 다른 사회보험기금과 달리 경기 변동에 따라 적자와 흑자가 반복되는 구조”라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특수한 위기 상황에서는 적자가 발생하고 경기가 좋아지면 흑자로 반전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제도 개선 테스크포스에서 지원 사업 종료, 지출 규모 조정, 부정수급 예방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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