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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징용 각하’ 판사 탄핵 청원은 법치 파괴하는 포퓰리즘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서울중앙지법 김양호 부장판사를 탄핵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인 9일 오후 3시 현재 22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일본 극우의 입장을 반영한 반민족적 판결”이라며 김 판사를 탄핵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장판사의 판결문은 철저하게 국제법에 근거하고 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게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하거나 포기됐다고 볼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또 “강제집행을 마칠 경우의 국제적 역효과까지 고려하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권리남용”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이 합리성과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반해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반일 정서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춘 ‘김명수 대법원’이 무리한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까지 나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 판사가 아니라 일본 판사의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1심의 판단은 상급심에서 법리적으로 따지면 될 일이다. 그런데 국민 청원 게시판에 해당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개설된 청와대 게시판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변질됐다. 강성 지지층의 견해가 과다 반영돼 포퓰리즘 정치에 악용되는 일이 늘었고 분열과 갈등 증폭의 온상이 됐다. 인민재판식 여론몰이 도구로 전락한 국민 청원 게시판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존치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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