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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차 강력계 형사의 집념…“포기만 안 하면 다 잡히게 돼 있죠” [이웃집 경찰관]

■서울 동대문경찰서 강력팀 김형진 경위

1989년 순경 입직 후 강력계에서만 24년 근무 베테랑

“형사는 최후의 보루, 절대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CCTV도 없던 시절, 범인 잡으러 지도 들고 전국 누벼

잠복근무 눈치챌까 추운 겨울 히터도 못 켜고 밤새기도

“강력계 지원 꺼리는 현실 안타까워…소중한 보람 찾길”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김형진 경위가 권총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전국 방방곡곡 복덕방이랑 중국집은 안 가본 데가 없었죠.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다가 배달부에게 범인 몽타주 보여줬는데 마침 아는 얼굴이라고 하면 그날은 ‘로또 맞은 날’이었죠.”

서울 동대문경찰서 김형진 경위는 올해로 33년 차 베테랑 강력계 형사다. 1989년 동대문경찰서의 전신인 청량리경찰서의 북이문파출소 순경으로 처음 입직한 그는 경찰 생활의 대부분인 24년을 강력계 형사로 살아오고 있다. 동대문경찰서 김정겸 형사반장의 제의로 1998년 형사가 된 이후 그는 줄곧 강력계에서만 근무해왔다. 경찰서에서는 까마득한 대선배지만 항상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 경위는 오늘도 후배들과 함께 동대문구 일대를 우직하게 지키고 있다.

김 경위가 처음 형사과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수사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당시만 해도 범인을 특정하는데 기초가 되는 폐쇄회로(CC)TV나 차량 블랙박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국지도 책자 한 권을 손을 들고 다니며 복덕방과 중국집을 수소문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가 형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끈기’를 꼽는 건 그때의 경험 때문이다. “형사는 최후의 보루다. 형사가 잡지 못하면 아무도 잡지 못한다.” 그는 강력계에 전해 내려오는 금언을 아직도 철칙으로 굳게 믿고 살아가고 있다.

김형진 경위가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자신의 수갑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승현기자


그의 철칙대로 오랜 끈기를 발휘해 범인을 잡았던 신림동 강도사건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범인이 살던 반지하 방을 특정하는 데 성공한 그는 동료 형사와 함께 3일간 차 안에서 잠복근무에 돌입했다. 당시 추운 겨울이라 히터를 켜야 했지만 소음이 너무 커 자칫 범인이 눈치챌 수 있는 상황. 하는 수없이 밤새 시동을 꺼놓은 채로 차 안에서 범인이 나타나기만 기다렸고, 결국 3일간의 잠복 끝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요즘 강력계 업무도 옛날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고 회상한다. 2017년 ‘강릉 전 여자친구 납치사건’을 처리할 때였다.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납치당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그는 빠르게 납치장소 주변의 CCTV를 찾아냈다. CCTV를 따라 피의자의 동선을 추적한 결과 피의자는 서울을 벗어나 피해자를 데리고 강릉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즉시 강릉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고, 결국 범행 발생 2시간 만에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김형진 경위가 강력계 형사로서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거친 강력계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사명감을 넘어 지역주민들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한다고 김 경위는 강조한다. 그는 “피해자의 심정에 진정 공감할 수 있어야 사건을 놓지 않고 끝까지 매달릴 수 있다”며 “범인을 붙잡을 때도 희열을 느끼지만 길을 걷다 주민들이 얼굴을 알아봐 줄 때 가장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대문 일대에서의 오랜 근무 경험은 강력계 형사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동대문 지역 내에 CCTV가 어디에 있는지, 몇 미터까지 비추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며 “범죄가 발생한 곳의 지정학적 특성을 꿰뚫고 있는 덕분에 범인을 추적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제 은퇴를 5년여 앞둔 그는 마지막까지도 강력계 후배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강력계는 고되고 힘들다는 인식이 만연해 신입 경찰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현장에서 두 발로 직접 뛰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어떤 업무든 나름의 고충이 있을 텐데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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