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에 본사를 둔 전기트럭 스타트업 로즈타운모터스의 스티브 번스 최고경영자(CEO), 훌리오 로드리게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14일 사임했다. 차세대 테슬라로 각광 받던 로즈타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로즈타운은 2019년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해 전기 픽업트럭 '인듀어런스' 생산을 추진했던 곳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 시장에도 우회 상장했다.
이처럼 잘나갔던 로즈타운이지만 인듀어런스 등에 대한 거짓 발표가 들통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로즈타운은 1회 충전으로 250마일(약 402㎞) 주행이 가능하고 최고출력이 600마력에 달하는 인듀어런스의 사전 주문량이 10만 대를 기록했고 오는 9월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주가도 폭등했다.
하지만 힌덴버그리서치에서 이 주장이 허위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모든 게 달라졌다. 보고서의 핵심은 로즈타운이 밝힌 사전 주문량은 사실이 아니며 신형 전기트럭도 도로 주행 10분 만에 화재가 발생했을 만큼 하자가 많다는 것이다. 생산 계획도 회사 발표와 달리 최소 3년 이상 지연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논란 끝에 로즈타운도 일부 사실을 시인하면서 주가는 3분의 1토막이 났고 경영진도 물러나게 됐다.
로즈타운의 사례는 탈탄소 등으로 기존 완성차 업체, 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 정보기술(IT) 업체 등이 너도나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투자를 받기 위한 기술력과 매출 뻥튀기, 허위 실적 잡기 등이 다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기차 버블’이 갈수록 커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로즈타운만 해도 나스닥에 상장한 곳이다. 그런데도 이런 조작 사태가 불거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을 원인으로 꼽는다. 보통 스타트업은 기업공개(IPO)에 앞서 트랙레코드를 쌓는 데만 5~7년이 걸린다. 하지만 로즈타운은 스팩과 합병을 통해 두 달 만에 나스닥에 입성했다. 스팩 합병으로 원래대로라면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손쉽게 상장되면서 사기에 가까운 사달도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 전기차 업체 칸디테크놀로지스도 비슷한 사례다.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에만 미국 투자가들로부터 1억 6,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지만 매출 조작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힌덴버그는 칸디의 매출 절반 이상이 자회사에서 발생했다며 매출액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15달러에 육박했던 칸디 주가는 현재 6달러를 겨우 넘기고 있다. 이밖에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도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창업자이자 CEO였던 트레버 밀턴이 사임하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기차의 필수 요소인 배터리 업체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설계·제조 업체인 로미오파워는 배터리 수급난 등의 위험을 은폐하고 실적 전망치를 부풀렸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로미오는 그간 배터리 셀 공급 업체가 4곳이라고 밝혀왔으나 실제로는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를 이유로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 1억 4,000만 달러에서 갑작스럽게 80%가량 낮췄다.
연료전지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도 기술력을 과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퀀텀스케이프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최대 50% 늘리고 충전 시간도 15분 내로 단축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불거지는 의혹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배터리 기술 보안을 이유로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성장 산업으로 각광 받는 전기차 시장에 기술력을 무기로 참여한 업체가 크게 늘면서 잡음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라 실적보다는 전망만을 강조하면서 과대 포장한 곳들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술력 검증도 어려워 투자가들이 현혹되기도 쉽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경영학 교수는 NYT에 “많은 기업들이 너무 일찍 상장되면서 업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 블로그 울프스트리트의 울프 리히터도 "전통적인 IPO에서는 과거의 실적을 부각하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스팩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앞으로의 성장만을 강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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