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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물소리 들으며 해인사로…속세의 찌든 때가 씻겨져

◆합천 '가야산 소리길' 탐방로

가야산 소리길 중간 지점에 자리한 농산정은 고운 최치원이 풍류를 즐겼다는 곳이다.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사람 소리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렵네/ 항상 시비 소리 귀에 이를까 두려워/ 일부러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 산을 둘러싸게 했네.’

신라시대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이 말년에 속세와 인연을 끊고 칩거하며 남긴 한시 ‘제가야산독서당’의 구절이다. 시에서 지척의 사람 소리도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물살이 세차다고 묘사된 곳은 경남 합천 가야산를 가로질러 흐르는 홍류동 계곡이다.

조선시대 팔경 중 으뜸으로 꼽혀온 홍류동 계곡은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함께 가야산의 큰 자랑거리다. 팔만대장경이 조성되기 훨씬 전부터 흐르던 계곡 곳곳에는 가야산과 천년 고찰 해인사의 오랜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합천을 찾는다면 홍류동 계곡을 꼭 들러야 하는 이유다.

가야산 소리길은 비가 내린 다음 날 수량이 풍부해져 우렁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이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탐방로 ‘가야산 소리길’은 지난 2011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1011~1031년) 간행 1,000년을 맞아 열린 길이다. 소리길의 ‘소리’는 물소리라는 뜻도 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소리(蘇利), 즉 이로움을 깨닫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소리길을 걷는다는 것은 해탈교를 건너듯 해인사로 들어가기 전 속세의 찌든 때를 씻어내는 여정인 셈이다.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대장경 테마파크부터 해인사까지 총 7.2㎞(2시간 30분 소요)에 이른다.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일 수도 있지만 중간중간 만나는 해인사의 산내 암자와 문인들이 바위에 새긴 글귀, 기암괴석을 둘러보며 걷다 보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데크를 따라 완만한 경사로로 이어지는 길은 등산 코스라기보다 가벼운 산책로에 가깝다.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속에 울려 퍼지는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세상 시름까지 덜어내는 기분이다.



가야산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을 끼고 걷는 트레킹 코스다.


탐방로는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계곡 옆으로 난 좁은 데크 길을 따라가면 나무 사이로 홍류동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홍류문에서 길상암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들어서면 계곡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하는데 이곳에는 최치원 선생이 즐겨 찾았다는 정자 농산정이 있다. 그의 후손들이 복원한 것으로 최치원의 시 마지막 두 글자를 따서 농산정(籠山亭)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인생 말년의 행적이 묘연한 최치원은 농산정에서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지막 구간은 해인사 경내다. 일주문을 통과해 봉황문과 대적광전을 거쳐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까지 천년 고찰 해인사를 둘러볼 수 있는 구간이다. 팔만대장경 탐방을 예약했다면 장경판전 안까지 들어갈 수 있다. 팔만대장경 탐방은 예약제로 운영 중이며 탐방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글·사진(합천)=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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