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인 최초로 R&A 들어간 이 사람…"골프는 룰대로 칠 때 가장 재밌어"

김진우 R&A 아시아·태평양 룰 매니저 인터뷰

대학 때 골프수업 계기로 규칙 전문가 길 들어서

R&A 직원 되려면 친화력과 협업 능력 중요

"기본적인 룰과 원리 알고 나면 골프 묘미 배가"

김진우 R&A 룰 매니저. 사진은 2017년 로열 버크데일에서 열린 제146회 디오픈 당시 모습. /사진 제공=김진우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한 전 세계 골프 룰을 관장하는 기관이 영국의 R&A다. 현재 전 세계 143국 156개의 프로 및 아마추어 골프 단체를 관할하고 있다. 김진우(36) 씨는 R&A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대한골프협회(KGA)에서 룰을 담당하다 2018년 1월부터 싱가포르에 있는 R&A 아시아·태평양 지부의 룰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이 열린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에 있었다. 지난 5월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싱가포르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마침 한국에 있을 때 내셔널타이틀 대회가 열리게 돼 오랜 만에 현장에서 힘을 보태기 위해 자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에는 도쿄로 날아가 올림픽 기간 골프 레프리로 참여할 예정이다.

2004년 설립된 R&A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 본부가 있다. 이름을 따온 ‘더 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 오브 세인트앤드루스(The 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와는 다르다. 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은 과거부터 규칙 해석과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비롯한 각종 대회를 개최하는 업무를 해왔는데 이런 이들이 더 이상 하나의 '골프클럽’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지자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R&A가 설립된 것이다.

스리랑카에서 룰 교육을 하고 있는 김진우(맨 오른쪽) R&A 룰 매니저의 모습. /사진 제공=김진우


김진우 매니저가 속한 룰 부서는 전 세계 각국 협회의 규칙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개정된 룰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골프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에서 룰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김 매니저는 “베트남에 이어 미얀마, 캄보디아의 골프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작년에는 방글라데시에서 룰 교육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현재는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 룰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그는 “대학 때 골프를 복수전공하면서 룰 수업을 들었고, 대한골프협회에서 진행하는 ‘레프리 스쿨’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에 협회에서 룰 담당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R&A 채용과 관련해서는 “영어와 룰 전문 지식은 당연히 기본”이라면서 “세계 각국 협회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친화력, 협업 능력 등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3년 반 R&A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19년 제148회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때다.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디 오픈의 메인 방송사인데 현장 스튜디오에는 R&A 전문가가 룰 어드바이저로 참여한다. 대개 경력 많은 고참이 투입된다. 그런데 오랫동안 룰 어드바이저를 맡았던 사람이 R&A의 체어맨이 되면서 김 매니저가 갑자기 그 일을 떠맡게 됐다. “설렘과 두려움 반이었죠. 첫날 욘 람이 구제를 받는 상황이 있었는데 제가 설명을 끝내고 나자 화면이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요. 잠시 후부터는 전 세계 협회 친구들한테서 '잘 들었다’는 문자가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한국 골프의 높아진 위상도 실감하고 있다. 그는 “세계 주요 대회를 모니터링하는데 여자 골프뿐 아니라 요즘 임성재나 김시우 등 영건들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제35회 한국여자오픈 당시 오랜 만에 대한골프협회(KGA) 모자를 쓰고 레프리로 참여한 김진우 R&A 룰 매니저. /사진 제공=박준석 골프전문 사진기자


골프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말도 있지만 룰은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낡고 고집이 세고,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김 매니저는 “이런 인식을 없애기 위해 규칙 현대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19년 대대적으로 룰을 손 본 것도 그러한 과정의 하나다”며 “내년에는 아마추어 자격에 관한 규정이 대폭 변경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매니저는 “골프는 룰대로 칠 때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도 했다. “골프는 자연에서 이뤄지다 보니 너무 변수가 많고, 룰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도 오랜 역사를 가진 골프가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고 이렇게 성장을 한 건 전 세계 어딜 가나 공통적으로 통하는 룰을 지키면서 한 덕분이에요."

아마추어 골퍼들이 룰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R&A는 대한골프협회를 통해서도 무료로 규칙 앱을 배포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며 “기본적인 골프 룰과 원리를 이해하면 골프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