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행사장 연단에 오른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깜짝 발언을 했다. 그가 얘기한 것은 새로운 자동차 기술이 아니라 미래 스마트 시티 조성에 관한 것이었다. 아키오 사장은 “사람과 공간이 인공지능(AI) 기술로 연결되는 ‘우븐 시티(Woven City)’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미래 도시의 개념은 한마디로 첨단 기술 연구소다. 2,000여 명의 발명가·연구원 등이 모여 살면서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로봇공학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사업 부지는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산 자락에 위치한 히가시후지 도요타 공장 터로 정해졌다. 도요타는 70만 8,000㎡(약 22만 평)인 이곳에 자율주행 차량, 퍼스널 모빌리티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할 기술·서비스를 실험할 예정이다. 거주자들은 자율주행·AI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래 도시의 삶을 체험하면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우븐 시티는 ‘그물망 도시’라는 뜻으로 그물처럼 도로가 연결돼 있는 거리의 풍경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올해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2025년 도시가 완공된다. 일본 재계는 우븐 시티가 실생활에서 첨단 기술을 실험하고 신상품·서비스를 개발하는 요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아키오 사장이 최근 우븐 시티 프로젝트 등을 주관하는 지주회사(우븐HD)에 사재 50억 엔(약 500억 원)을 출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아키오 사장은 “가족 자산을 미래 투자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미래 기술 선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도요타뿐 아니라 주요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 선점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살 길은 과감한 규제 완화, 인프라 확충과 함께 고급 인력 육성을 통한 과학기술 초격차 전략이다. 정부가 국내에서 핵심 인재를 키우고 해외에서 최고 두뇌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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