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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국내 무대 서는 배우 남윤호, "英 유학으로 더 집요해졌어요"

[인터뷰]연극 '코리올라누스'로 주연 남윤호

英왕립연극학교 유학후 4년만의 국내 무대

연기 호평·주목받던 시점에 돌연 영국 유학

"오래가는 배우 되고파→걱정없이 선택해"

워너비 작품으로 복귀…"배움·변화 담기길"

아버지·선배 유인촌 "서로 묵묵히 응원할뿐"

연극 ‘코리올라누스’로 4년 만에 국내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남윤호./성형주기자




배우 남윤호(사진)에게 2017년 무렵은 속된 말로 ‘물 들어오는’ 때였다. 2012년 데뷔 후 페리클레스, 에쿠우스, 정글북, 보도지침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이름 석 자를 제법 알려가던 시기였다. 하지만 한창 노를 저어야 할 주인공은 이때 돌연 유학길에 올랐다. 늘 새로운 작품과 배우가 등장하고 또 잊히는 공연계에서 막 도약하던 젊은 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현역 배우에서 한 명의 학생으로, 또 동양에서 온 무명 배우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부닥친 4년. 축적된 시간과 배움은 연기에 어떻게 녹아들었을까. 오는 3일 개막하는 연극 ‘코리올라누스’의 주인공으로 4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남윤호를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4년간 배우로서 뭐가 가장 달라졌느냐’고 물으니 “더 집요해졌고, 욕심도 많아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럴 만도 했다. 영국 땅에선 ‘배우 남윤호’가 아닌 한 명의 동양인 학생 또는 무명 배우였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고,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찾아다니며 자기 매력을 어필해야 했다. 더 치열하게 작품과 배역에 매달렸고, 파고들었다. ‘다시 시작.’ 어쩌면 이것이 남윤호가 왕성한 활동에도 허기를 느껴 유학을 선택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많은 곳에서 찾아줄 때였는데, 저는 오히려 ‘나만의 매너리즘’으로 고민이 많았어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다른 탐구’를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돼 갈증이 컸던 것 같아요.” 그는 2017년 로저 무어, 앤서니 홉킨스, 톰 히들스턴 등을 배출한 영국왕립연극학교에 한국 현역 배우로는 최초로 합격해 유학길에 올랐다. 30대 중반이란 나이, 이제 막 이름을 알리던 시기적 상황 등 ‘왜 지금’이라는 주변의 물음표가 따라붙는 선택이었다. 그는 “연기를 한두해 하고 관둘 것도 아니고, 오히려 롱런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걱정보다는 좀 더 이기적으로 나를 생각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연극 ‘코리올라누스’로 4년 만에 국내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남윤호./성형주기자


4년의 유학생활은 연기자로서 품었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질문은 더 깊어졌고, 기존 고민에서 ‘잔가지’들이 더 뻗어 나갔다. “학교에 다니면서 본 공연만 250여 편이에요. 수업을 듣고 공연을 볼수록 작품과 인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또 관객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숙제가 쌓이더군요.” 애초 수학처럼 ‘똑 떨어지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더 넓게 뻗어 나간 고민의 가지들은 그 자체로 배우 남윤호의 성장이요, 학습의 증거다. 그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분명 전문적인 수업과 훈련을 받으며 좋아진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내가 아닌 관객이 판단해주는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 배우는 시간을 통해 인간 ‘유대식(남윤호의 본명)’이 좀 더 성숙하게 됐을 것”이라며 “이것이 자연스레 연기에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웃어 보였다.

연극 ‘코리올라누스’로 4년 만에 국내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남윤호./성형주기자




복귀작은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양정웅 연출의 ‘코리올라누스’다. 로마의 장군 코리올라누스가 호민관의 반대로 집정관에 추대되지 못하고 쫓겨난 뒤,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셰익스피어 비극으로 남윤호는 로마의 영웅이자 시민의 반역자, 용맹한 장군과 나약한 아들을 오가는 주인공 코리올라누스를 연기한다. 몇 년 전 톰 히들스턴 주연의 코리올라누스를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남윤호는 “배우가 구현하는 인물이 묵직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며 “그동안 ‘하고 싶은 작품’으로 여러 차례 언급했던 작품이기에 더 긴장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출연한’ 무대보다 앞으로 해야 할, 그리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은 배우다. “오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인생의 숙제’ 같은 작품으로 ‘햄릿’을 꼽았다. 젊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배역이 바로 햄릿이다. 남윤호는 ‘30대 후반’이라는 자신의 나이를 상기하며 “많이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꼭 햄릿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참고로 그의 부친인 배우 유인촌은 1981년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총 6번 햄릿으로 무대에 섰다. 2016년 햄릿을 연기할 때 나이가 65세였다. 이 이야기에 “그분이 또 그렇게 멀어지더라”며 반응하는 그의 미소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존경이 느껴졌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평소 부자는 서로를 조용히 응원할 뿐 연기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는 일은 별로 없다고.

연극 ‘코리올라누스’로 4년 만에 국내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남윤호./성형주기자


‘누구의 아들’이란 수식어에서 벗어나 자기 박자에 맞춰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 영화 연출을 전공하다 배우로 진로를 틀었고, 잘 나갈 때 연기를 배우겠다며 짧지 않은 공백을 감수했다. “오래 할 수 있는 배우”를 향한 남윤호의 레이스는 이렇게 제 속도를 내며 진행중이다. 그 여정의 한 챕터를 엿볼 수 있는 이번 공연은 1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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