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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자체 방역 지침’ 있다더니…거리두기 실종된 ‘민주노총 집회’

여의도 막히자 종로서 집회 강행

기습 행진 재개에 일대 교통 마비

‘강화된 자체 지침’ 무색했던 현장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일대에서 경찰들이 행진 행렬을 앞지르기 위해 달리고 있다./허진 기자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사거리 일대에서 조합원들이 자리를 잡고 집회를 재개하고 있다./허진 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행진하는 모습./허진 기자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일대 차도를 점거한 조합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허진 기자


정부와 시민들의 우려에도 민주노총이 이번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면서 강조한 것은 정부 지침보다 엄격한 자체 방역 지침이었다. 하지만 집회 장소가 바뀌고 행진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최소한의 거리두기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3일 오후 1시50분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종로3가 사거리에서 기습적으로 차도를 점거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대규모 인파가 밀집할 수 있는 여의도공원이 있는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 개최를 예정했다. 하지만 경찰이 도심 곳곳에서 검문을 실시하고 여의도 인근 도로를 통제해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자 개최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도로 점거에 성공한 조합원들은 이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종로2가역 부근에서 경찰 병력에 둘러싸이며 행진을 중단했다. ‘불법 집회를 해산하라’는 경찰 측 방송이 불과 20m가량 옆에서 울리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한동안 자리를 유지하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해체”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행진 방향 튼 민주노총…일대 교통 마비돼


그러다 오후 3시20분께 조합원들은 돌연 반대 방향인 종로5가 방향으로 행진을 재개했다. 행진 인파는 종로5가 사거리까지 당도한 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청계천 사거리 일대에서 다시 자리를 잡고 집회를 이어나갔다.



경찰이 예측하지 못한 장소에서 집회가 재개되면서 청계천 사거리 일대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집회 인파로 청계천로 일부 구간의 통행이 막히면서 달리던 자동차 수백대가 도로 위에서 멈춰 섰다. 운전자들이 울리는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며 멈춘 버스 내 승객 일부는 하차하기도 했다.

엄격 방역 지침 강조했지만…현장선 유명무실


민주노총은 이번 집회를 강행하면서 정부 지침보다 엄격한 자체 지침을 준수하겠다며 호언했지만 현장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당초와 달리 집회 장소가 바뀌었으며 행진 방향도 수시로 바뀐데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속도전까지 벌어지면서 최소한의 안전거리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한편 일부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에게 집회 개최를 두고 화를 내기도 해 한때 시민과 조합원이 드잡이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총 213개의 경력을 배치했다. 집회를 위해 상경하는 이들의 진입을 사전에 통제하기 위해 59개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3중 검문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 인원이 탄 차량으로 의심되면 갓길로 유도한 뒤 추가 검문을 실시한다. 집회 차량으로 최종 판단되면 회차해야 한다.

당국 “집회 자제”…민주노총 “집회 자유 보장해야”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집회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민주노총 당사를 방문했지만 지도부를 만날 수 없었다. 김 총리와 정 청장은 입구에서부터 피켓을 든 조합원들에 둘러싸였다. 김 총리는 면담을 거부한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총리는 같은 날 담화문을 통해 “지금 수도권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확산되는 코로나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만약 집회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정부의 방역 지침보다 높은 수위의 자체 지침을 준수해 집회를 진행한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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