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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재판 100건 육박…5년 동안 4배 늘었다

국정농단 수사이후 적용사례 늘어

연 처분건수도 10년새 1만여건↑

'직권' '남용' 개념 모호로 해석 다툼

죄형법정주의 침해 여지도 커져

대검찰청/연합뉴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로 지난 5년 동안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4배가량 늘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행하는 범죄로 형법 제123조에 근거한다.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지만 국정농단 수사를 시작으로 적용 사례가 늘어나며 대법원 판례도 쌓이기 시작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는 물론 최근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친(親)정권 인사들까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권남용죄 기소와 관련 재판이 늘어나면서 법해석에 대한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판례가 더 쌓이기 전까지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대검찰청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기소는 2016년 24건에서 올해 5월 현재 93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직권남용죄 기소가 급증한 시점은 국정농단 수사 직후부터다.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가 덩달아 늘어나면서 그동안 사문화됐던 직권남용죄가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10년 전인 2011년 직권남용죄의 총처분 건수는 4,057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만 4,050건에 달했다. 보수·진보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시민 단체들이 직권남용죄로 관련 공무원들을 검찰 및 공수처에 고발하는 사례가 법조계에서는 어느덧 흔한 풍경이 됐다.





문제는 직권남용죄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직권’과 ‘남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검찰 기소 이후 재판에서 공무원의 직권 및 남용의 범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하려면 직권의 범위를 정하고, 그 직권을 남용했어야 하며,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세 단계를 충족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 기준이 모호함은 물론 직권과 권리 행사 방해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어도 어떤 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책임 구역이 다르다”며 “판시되는 법률적 의미는 똑같지만 피고인의 직무가 사건마다 달라 일반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해석’의 영역이 넓은 만큼 직권남용죄가 형법의 보충성이나 죄형법정주의를 침해할 여지가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범죄를 처벌하려면 범죄 행위가 미리 명확히 규정돼 있어야 한다는 형법의 기본 전제가 침해된다는 이유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법관은 “명백하게 직무를 유기한 것도 아니고 명백하게 직권을 남용한 것도 아닌 그 ‘중간 지대’가 문제가 된다”며 “결국 재판 중인 사건들은 그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벌하려는 조건과 전후 사정을 두루 살펴야 하는데 넓게 해석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며 “직권남용에 누구도 수긍하지 않고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것도 법 조항 자체의 모호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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