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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암벽 뒤덮은 천년의 향…사계절 내내 싱그러움 가득

■ '천연기념물 1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

국내 첫 측백나무 자생지로 희소성 높아

1,400여 그루 속 1,000년 넘은 나무도

가까이서 보려면 관음사 통해 들어가야

대구 동구 도동 측백나무숲은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국보 제1호가 숭례문이고 보물 제1호가 흥인지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 제1호는 무엇일까. 정답은 대구 도동의 측백나무숲이다. 천연기념물 1호라는 상징성에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가본 사람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측백나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측백나무는 주위에 벌레가 꼬이지 않아 예로부터 왕족의 묘지에 심어졌다.


측백나무는 한국과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경용 묘목이다. 주로 아파트 단지의 울타리용으로 심어져 있는, 흔하디 흔한 측백나무가 국내 첫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희소성이다. 측백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숲 전체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도동 측백나무숲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드러난 측백나무 자생지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자라는 측백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도동 측백나무숲을 통해 국내에서도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도동 측백나무숲이 재배식물의 자생지로서 갖는 의미는 크다. 개별 나무가 아니라 숲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동 측백나무숲은 나무가 향산 벼랑에서 자라고 있고 그 앞으로 개천이 흘러 접근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숲은 오랜 시간 훼손 없이 자연 상태가 보존될 수 있었다.




측백나무숲은 대구 동구 향산(香山) 자락에 넓게 펼쳐져 있다. 숲은 총 1,400여 그루의 측백나무가 자라고 있는 측백순림이다. 평균 수명이 약 300년으로, 가장 오래된 나무는 1,000년이 넘는 것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 훼손 없이 숲이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숲이 위치한 지리적인 여건에 있다. 측백나무는 주로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나는데 도동 측백나무 군락지도 향산 암벽에 형성돼 있는 데다 그 앞으로 개천이 흘러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측백나무숲의 매력은 오랜 시간 동안 자연 그대로 유지된 천연 숲이라는 점이다. 아파트 단지에 가꿔진 나무처럼 말끔하게 잘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암벽을 뒤덮은 측백나무 군락은 사계절 내내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향산이라는 이름도 향기가 나는 산이라는 뜻에서 붙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숲 건너편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그 옆으로 묘목을 심어 측백나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해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왜가리 한 마리가 측백나무숲에 놀러 왔다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고 있다.


숲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불교 사찰 관음사(觀音寺)로 가는 방법이 유일하다. 관음사는 향산 끝자락에 자리한 산중 암자다. 통일신라시대인 670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측백나무숲과 대부분의 세월을 함께했다. 측백나무처럼 암자 역시 향산 벼랑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해탈교를 건너 수직으로 높게 솟은 돌계단을 올라가면 경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한 공간에 석조관세음보살입상을 봉안한 관음전과 미륵전·오층석탑·삼성각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측백나무숲 안쪽에 자리한 관음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관음전 뒤편으로 측백나무숲과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지만 숲 안으로 들어가려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찰을 빠져나와 산책로를 따라 향산을 둘러 한 바퀴 돌아보아도 좋다. 19세기 초 인근에 살던 아홉 선비가 시회(詩會)를 즐겼던 정자 구로정(九老亭)을 지나 용암산성까지 왕복으로 3㎞(1시간)가량 어이지는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면 측백나무숲의 진가를 몸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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