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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검거율 1위 비결요?…계속 잠복근무하는 거죠"[이웃집 경찰관]

■장호원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위

"범죄자들과 라포르 형성이 매우 중요…핵심 정보 제공하기도"

"팀원 간 역할분담이 잘 돼 있는 게 높은 검거 실적 노하우"

"범죄조직 20대 젊은 여성 DB화 하고 타깃으로 삼아…예방 매우 중요"

"후배들에게 범죄수사 노하우 전해주는 게 작은 소망"

장호원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위




소위 보이스피싱으로 불리는 전화금융사기 범죄는 일반 강력 범죄와는 달리 범인을 검거하기 쉽지 않다. 전화 등 비대면으로 범죄가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고, 범죄수익이 범죄조직의 총책이 상주하는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만큼 주범을 검거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보이스피싱 용의자 검거율 1위라는 기록을 빼놓지 않고 유지하는 형사가 있다. 바로 장호원(39)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위다. 장 경위는 2009년 경찰 공무원으로 입사한 후 거의 대부분의 커리어를 보이스피싱을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보냈다. 2014년부터 지능범죄수사팀과 국제범죄수사대 등을 오가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올인해 왔다. 현재 장 경위가 속한 지능범죄수사팀에는 팀장을 포함해 총 5명의 팀원이 범죄를 추적하고 있다.

장 경위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1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실적을 올렸다.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범죄수익을 얻어왔던 조직 약 50여명을 검거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장 경위는 "처음 수사를 시작할 때 피해 사례를 분석하고 계좌에서 의심되는 부분을 확인했다"며 "(송금 받은 사람들의) 출입국 내역을 조회해 보니 동반 비자를 발급 받은 사람들을 추려낼 수 있었고 사건 피의자로 확정했다"고 수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9년에는 80여명의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검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장 경위는 "용의자 1명을 잡으려고 일주일간 잠복한 적도 많고 거의 집에 못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 경위가 ‘보이스피싱 검거율 1위’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자 검거에 탁월한 실적을 보이는 노하우에 대해 "직접 검거한 친구들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의 범죄동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었을 때 결정적인 정보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검거한 이들과의 신뢰관계(라포르, rapport)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장 경위는 지능범죄수사팀의 끈끈한 팀웍도 검거실적에 주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고 다른 팀원은 통신, 대포폰, 계좌추적 등 서로 역할분담을 해서 집중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라며 “다만 후배 형사들이 잠복 근무로 인해 집에 잘 가지 못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호원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위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 전화기 넘어 들려오던 어눌한 조선족 말투를 상상하면 오산이다. 서울 중앙지검이나 금융기관, 경찰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에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한 후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대출사기형까지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범죄의 주요 타깃도 20대 젊은 여성을 노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여성 피해자 가운데 20대 이하 여성이 3,770명(26.2%)으로 전체 피해여성 연령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장 경위는 “범죄 유형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포계좌로 입금하게 했다며 이제는 직접 돈을 인출해서 편취하는 대면편취형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카드를 받아서 이체하거나 문화상품권으로 받아서 현금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에 있는 범죄조직이 20대 여성을 범죄타깃으로 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경위는 “해외 조직이 갖고 있는 국내 여성의 데이터베이스(DB)가 결혼자금 마련을 하고 있는 사회초년생 20대 여성인 경우가 많다”며 “DB 자체가 간호사, 승무원, 의사, 금융기관의 고객명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억이 남는 검거 케이스와 관련해 “보이스피싱 범죄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며 “2015년 범죄자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다가 개집에 형제 2명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검거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에 애로사항은 없을까. 그는 “아무래도 범죄조직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만큼 총책을 검거하기가 쉽지 않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보이스피싱 사건을 비롯해 일반 고소·고발 사건도 수사를 해야 하는 만큼 인력이 보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검거율 1위 형사는 어떤 꿈을 갖고 있을까. 그는 끝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악질범죄라고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해주는 게 작은 소망"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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