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재현(51)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일당에 대한 1심 판단이 나왔다. 앞서 검찰은 김 대표에게만 4조원이 넘는 벌금을 구형했다. 하지만 김 대표를 비롯해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윤석호 이사와 사내이사 송모씨, 유현권 스킨앤스킨 총괄고문의 벌금을 모두 합쳐도 10억원대에 그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751억 7,500만 원을 명령했다. 이씨와 이사 윤씨는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각각 벌금 3억 원과 추징금 51억 7,500만 원, 벌금 2억 원을 선고 받았다. 송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 유 고문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3억 원이 선고됐다. 선고된 벌금을 모두 합쳐도 14억원에 그친 것이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김 대표에게 무기징역과 벌금 4조 578억 원, 추징금 1조 4,329억 원을 구형했다. 이로인해 김 대표에게 사상 최대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건은 지난 2019년 불법 금괴중계무역으로 400억원 대 시세차익을 노린 일당들로 알려졌다. 당시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관세·조세),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에게 벌금 1조1,829여원을 선고했다. 밀수조직 일당 8명은 총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김 대표가 이 같은 벌금형을 선고 받지 못한 데에는 불법 행위로 얻은 이득이 구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의 5배까지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금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상한액이 5억 원으로 제한된다. 재판부는 “검찰은 사기로 편취한 금액 전부를 부당 이익이라 주장할 뿐 옵티머스 운용 보수와 공제 비용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의 이익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로서는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원에 그친 것이다. 한편1조원대 벌금형을 선고 받은 금괴밀수범 윤씨의 경우 벌금 납부가 사실상 불가능 해 노역장에 유치됐다. 이로인해 일당 13억짜리 황제노역이란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벌금형보다 피고인들이 신경 쓰는 것은 징역형에 대한 형량일 것”이라며 “구치소와 교도소에는 에어컨이 없어 요즘 같은 날씨에 정말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김 대표는 지난 22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2대 주주 이씨와 스킨앤스킨 고문 유씨 역시 징역 7년에 불복해 항소에 나섰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가중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00년 다단계 금융피라미드 회사를 설립해 투자자들로부터 2,500억원 이상 끌어들인 리빙벤처트러스트 유윤상 부사장은 특경가법상 사기죄 등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항소심에서 징역 18년으로 감형받았다.
한편 1심 재판부는 김 대표 등 3명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금융투자업자의 기본인 신의성실 의무와 윤리 의식을 모조리 무시한 사건”이라며 “5,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안전 상품으로 믿고 투자했던 여러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으며 사모펀드 시장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어 “추징 보존 명령이 이뤄졌으나 실제 피해금 회수가 불분명하고 회수까지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공공 기관 발주 관급 공사 매출 채권(공사대금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속여 3,200명으로부터 약 1조 3,526억 원을 편취해 부실 채권을 인수하고 펀드 돌려 막기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아직 변제되지 않은 피해 금액은 5,542억 원에 달한다.
다만 재판부는 기소된 펀드 사기 금액 가운데 일부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씨와 윤 씨는 펀드 사기에 가담한 시기에 따라 일부분이 무죄로 판단됐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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