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듀오 악뮤(AKMU)의 음악 스펙트럼은 어디까지 일까. 기발하고 독특한 음악 세계로 사랑받아온 악뮤가 이번에는 초호화 피처링 군단과 함께 풍부하고 완성도 높은 앨범을 선보인다. '내면의 자유'라는 큰 줄기에서 뻗어 나온 곡들을 각각 최정상 아티스트들과 그려내며 신선하고 색다른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냈다.
26일 오후 악뮤(이찬혁, 이수현)은 컬래버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넥스트 에피소드'는 2017년 발표한 악뮤의 히트곡 '다이노소어(DINOSAUR)'가 담긴 '서머 에피소드(SUMMER EPISODE)'와 연관된다. "'서머 에피소드' 당시 마음에 큰 도전 정신이 있었다"는 이찬혁은 "어쿠스틱한 장르의 노래를 만들어오다가 처음으로 EDM틱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게 오랜 꿈이었고 '이젠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던 때였다"며 "'넥스트 에피소드'는 다시 그 도전 정신을 갖고 만든 앨범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이노소어'를 통해 처음으로 협업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전곡을 공동 작곡했다. 로고도 그때 사용했던 로고를 사용했다"며 "미래의 악뮤가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지 소개하고 포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선보이게 된 악뮤의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는 '초월 자유'이다.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 낸 단어인 '초월 자유'는 단순히 육체적인 편안함을 넘어 어떠한 환경·상태에도 영향받지 않는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뜻한다. 악뮤는 이 주제로 타인의 시선,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 마음속 상처 등에 굴복하는 대신 내면의 단단함을 지키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이야기한다. 아울러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꿈꾸는 목적지로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찬혁은 이 주제를 중심으로 20세기 후반 레트로 사운드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유, 이선희, 자이언티, 빈지노, 잔나비 최정훈, 크러쉬, 샘 김과 함께 7곡을 확장시켰다.
이찬혁은 "이번 앨범은 특별한 방식으로 작업했다"며 "이전에는 전곡 작사·작곡 이찬혁으로 이름이 올라가고, 피처링이나 협업을 하지 않았다. 컬래버레이션 앨범으로 콘셉트를 잡으면서 공동 작사·작곡을 했고, 많은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면서 그들의 색깔을 상상하면서 작업해 재밌었다. 보컬적인 면에서 듣는 재미를 기대해도 좋고,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레트로한 감성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낙하'는 가수 아이유와 함께 호흡을 맞춘 곡이다. 낙하가 추락이 아닌 비상이 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하게 된 이 곡은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수현은 "'위대한 쇼맨'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 재개봉을 했을 때 '무조건 봐야 한다'며 이찬혁을 데리고 가서 보여줬다"며 "나는 5번이나 봤는데 그냥 재밌다고만 느낀 반면, 이찬혁은 어떤 장면을 보고 영감을 받더라"라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찬혁은 영감을 받은 장면에 대해 "주인공이 극단과 함께 잘나가다가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가 있었다. 주인공이 밑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 극단이 찾아와 '네가 잘나가고 유명해서 옆에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는 장면에서 무언가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작업기를 밝혔다.
'낙하'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찬혁은 "대중성 같은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20대 중반이 된 악뮤의 캐릭터나 음악적인 부분들을 사람들의 기대에 충족하게끔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듣기 쉬운 노래든 아니든 우리 자체로 보이길 원했는데, '낙하'가 그런 부분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또 '낙하'의 메시지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낙하' 뮤직비디오 또한 많은 의미를 내포했다. 이찬혁은 "우리 작품을 보면서 또 다른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낙하'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가 조금 다크할 수 있지만, 의도는 희망적이고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내가 끝없이 추락하는 장면에서 마지막에는 이수현의 손을 잡고 화면이 상하로 뒤집어지는데, 추락하는 모습이 날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연출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외 모든 트랙은 서사가 이어진다. 어른들의 현실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터'(with 이선희), 사람들의 시선과 세상의 기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벤치(BENCH)'(with 자이언티), 모두가 원하는 것이 다르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째깍 째깍 째깍'(with 빈지노)을 비롯해 '맞짱'(with 잔나비 최정훈), '스투피드 러브 송(Stupid Love Song)'(with 크러쉬), '에버레스트(EVEREST)'(with 샘 김) 등이 수록됐다.
이런 어벤저스급 아티스트들과 함께 대서사가 펼쳐질 수 있는 배경에는 아이유가 있었다. 이수현은 "이 앨범의 첫 곡은 '낙하'였다. '낙하' 작업을 하고 나서 이 노래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난 아티스트가 아이유였다"며 "항상 아이유와 악뮤의 조합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아서 이번에 결실을 맺고자 했다. 아이유가 흔쾌히 OK를 해줘서 첫 컬래버 곡이 됐는데, 이곡을 기점으로 해서 컬래버 앨범을 내보자 했다"고 말했다. 이찬혁은 "가요계에 대표성을 띤 분들과 작업해서 히어로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전곡을 비디오로 제작해 모든 곡에 힘을 실었다. 각 곡의 서사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 유기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선희와 함께한 '전쟁터' 오피셜 비디오가 공개됐다. 이수현은 "전곡을 비디오로 만드는 것은 데뷔 때부터 항상 하고 싶던 위시리스트 같은 거였다"며 "해보고 싶던 컬래버 앨범을 하는 김에 전곡 비디오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한을 풀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찬혁 "모든 뮤지션의 꿈이기도 하다"며 "그냥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충족시켜주는 점에서, 나의 창작물에 대한 2차 가공이 제일 재밌는 작업 중 하나가 됐다. 드라마, 영화 종류의 연기에는 관심이 없지만 뮤직비디오 연기에 관심도 많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악뮤와 다른 아티스트의 협업이 아닌, 이찬혁과 이수현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색다르다. 이찬혁은 "이전에 했던 협업은 악뮤로서 보여준 이미지였다면, 이번에는 이찬혁, 이수현, 참여 아티스트 세 명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에서 이전보다 다채롭고 새롭다. 악뮤 노래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 아티스트 목소리를 상상하며 만들어서 곡 스타일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수현은 "역대급으로 이찬혁의 보컬의 비중이 높다"며 "이번 앨범은 아예 내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노래도 있고, 아예 이찬혁의 목소리가 없는 곡도 있다. 정확히는 반반의 비중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찬혁의 다양한 창법과 노래를 느낄 수 있어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이찬혁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색다른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한편 악뮤의 철학이 담긴 '넥스트 에피소드'는 26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앨범 신곡 무대는 이날 오후 10시 네이버 NOW '#OUTNOW AKMU in 수현의 숲' 생방송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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