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 유엔군 화장장을 방문하고 접경 지역의 실향민들과 면담을 하는 등 안보 행보에 나섰다. 최 전 원장은 “김정은의 선의에 의존해서 지켜지는 것이 평화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대북정책에 쓴소리를 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유엔군 화장장을 찾고 “남북 연락사무소가 처참하게 폭파되는 장면을 다 같이 봤다. 서해에서는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돼 시신마져 불태워졌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군 화장장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전사자들을 화장하기 위해 건립한 시설로 현재는 유엔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최 전 원장은 “과연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생명과 평화를 지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실력과 의지로 대한민국의 평화가 지켜지는 그런 나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평화 의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며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면서 장기적으로 평화적인 통일을 유도해 가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며 보수적 색채를 선명히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6·25 전쟁은 대한민국과 UN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세력이 공산주의 세력의 침략을 막고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지켜낸 승리한 전쟁”이라며 “자유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전쟁”이라 강조했다.
특히 최 전 원장은 이날 남북 군 통신선이 복원된 것과 관련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마치 한반도 평화가 눈앞에 다가온 양 들떠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분히 상황을 관리함으로써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 같은 남북관계 이슈가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한 일회성 쇼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국민 통합 위해 文 결단해야”
최 전 원장은 정치권에서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 아픈 일”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이)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 국민이 대한민국 전체 국민인지 아니면 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행해야 한다고 에둘러 주장했다. 그는 “사면권이라는 것은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고, 그 결단은 국민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결단이어야 한다”며 “정치적인 유불리나 계산을 떠나서 국민 전체의 통합을 위해서 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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