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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벌써 107조···초유의 '현금살포 大選' 온다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재원 대책 없이 포퓰리즘 공약 남발하는 與 후보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 공동주관으로 열린 본경선 1차 TV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선거 경선에 돌입한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들이 ‘포퓰리즘’ 정책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에 필요한 연간 예산만도 107조 원에 달할 정도다. 민주당 예비 후보들이 쏘아 올린 107조 원의 포퓰리즘 전쟁이 본격화한 셈이다. 국민의힘도 후보 경선에 들어갈 경우 민주당에 버금가는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하며 과거 대선에서 경험하지 못한 ‘현금 살포’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포퓰리즘 정책보다 한국 경제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성장 담론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권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가 결국 미래 세대의 빚더미로 남을 것임을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0일 민주당 경선 예비 후보들의 현금성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집계한 결과 총 106조 9,172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오는 2023년 제도 도입을 목표로 총 19조 5,000억 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늘리는 ‘아동수당 확대’ 정책과 제대 군인에게 1인당 3,000만 원을 제공하는 ‘사회출발자금’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각각 연간 5조 9,355억 원, 3조 2,811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유아·청소년에게 매년 500만 원을 적립해 20세 때 1억 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정책(27조 2,400억 원)을 제시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매년 신생아에게 3,000만 원을 적립해주는 ‘기본자산제(8조 1,720억 원)’를 발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국토보유세로 전환해 전 국민에게 배당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5조 1,138억 원)’, 기업에서 거둔 탄소세를 전 국민에게 배당하는 ‘탄소세 배당금(36조 3,000억 원)’ 정책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금 복지’가 표심으로 직결되는 시대는 끝났고 ‘개혁과 성장’ 담론을 제시하는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대선 승부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MZ세대는 일자리와 부동산 정책 등에서 소외된 만큼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기회 확대에 주목할 것"이라며 “신성장·미래산업을 이끌어보겠다는 후보가 선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 지출 폭증 속 예타 면제 100조…"유권자가 심판"


한 시민이 4·7 재보궐선거일인 지난 4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윤중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인한 저숙련 노동자들의 고용 악화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이 예비타당성 면제를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폭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예비 후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의 틈새를 비집고 포퓰리즘 공약이 유권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선 예비 후보들이 앞다퉈 복지 확대를 내세우면서 대선 경선이 복지 경선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치평론가들은 유권자들이 국회가 재정 수호자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만큼 건전한 재정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폭주를 진정시킬 수 있는 해법이 결국 유권자의 참여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작부터 재정 의존성 키운 ‘소주성’=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5년 정부가 제출한 이듬해 예산안에 대해 “국가 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가 깨졌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맹비난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집권 후에는 “40%의 근거가 무엇이냐”며 재정 당국을 압박했다. 이를 두고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출발점 자체를 문제의 시작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을 높이고 복지 지출을 확대하면 소비가 촉진돼 경제가 성장한다고 한 소득 주도 성장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저숙련 근로자가 많아 고용을 줄이는 효과가 컸고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 재정에 의한 경기 부양 효과는 작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고용 악화로 취약 계층이 늘어 복지 지출은 그만큼 더 늘었고, 재정 효과를 과장해 재정 악화에 대한 사람들의 문제의식이 흐려지고 재정 지원 의존 의식은 커졌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로 이 교수는 “앞으로 금리 인상 시기인 만큼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이 늘어났을 때 국가 재정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무력해진 ‘예타’…與, SOC 폭주=현 정부는 출범 이후 SOC 지원까지 폭주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예타 조사 면제 사업 규모만도 총 97조 원을 넘겼다. 예타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마련된 것으로 현 정부의 면제 사업 규모는 역대 최고다. 임기 말 예타 면제 사업까지 더해지면 그 규모는 10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역대급 예타 면제를 남발하면서 국가 재정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는 지난해까지 총 120건, 사업비 규모는 97조 3,000억 원으로 이명박 정부(60조 3,109억 원), 박근혜 정부(23조 6,169억 원) 때 면제됐던 예타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대선·지선 앞두고 與野의 돈 풀기 경쟁=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이 재정 건전성은 외면한 채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는 6개 시군에서 농민 개개인에게 현금을 주는 ‘농민기본소득’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농민기본소득 지급이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수천억 원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 농민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하는 6개 시군 중 이천시(51.0%) 외에는 재정 자립도가 20%대에 머물러 있지만 현금 지급부터 공언한 셈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안심소득(오세훈 서울시장)’ ‘공정소득(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을 제시하며 기본소득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제안을 덜컥 받았다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보수의 원칙과 가치까지 훼손하며 논란을 키운 것은 결국 선거를 의식해서였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세대에 빚 폭탄을 안기는 ‘퍼주기식 포퓰리즘’을 비판하고 견제해오던 야당이 스스로 원칙과 소신을 저버릴 경우 견제 장치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길 잃은 재정 수호자…시민 참여 절실=행정학자 에런 윌다브스키는 정치인과 공공 기관의 관료를 ‘예산 지출자(spender)’와 ‘재정 수호자(guardian)’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그들 간의 견제와 균형을 파악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예산 과정과 재정 민주주의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국회가 기본적으로 ‘재정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재정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국회마저 포퓰리즘 법안을 발의하고 대선 주자와 동조되는 현상은 돈을 뿌리는 이른바 매표 행위에 동참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이 우후죽순 나오는 상황에서 재정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시민들의 각성 있는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與野, 포퓰리즘 법안 발의…“핵심은 현금 지원 아냐”


대선 후보뿐 아니라 여야 의원들도 현금 복지 등 경제적 지원을 골자로 하는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당장의 복지를 앞세워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할 경우 표심을 자극해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평론가들은 복지 강화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만큼 지금 당장의 복지에 홀려 표를 내줄 경우 증세라는 부메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회에 따르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아동수당 규모를 확대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아동수당을 1세 미만의 경우 50만 원, 1세 이상~13세 미만에게는 15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7세 미만에게 10만 원을 지원하는 현행 아동수당의 지급 범위와 액수를 모두 늘리자는 의미다. 신 의원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영아수당(0~1세)’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도 지난 4월 비슷한 취지의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7세에서 18세로 넓힌다는 내용이다. 아동복지법이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개정안 발의 근거로 삼았다.

청년을 겨냥한 현금 지원 법안도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청년에게 ‘보편적 기본자산’을 지급한다는 청년기본자산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모든 국민이 출생 시점부터 18세가 될 때까지 국가가 월 20만 원을 적립해 개인이 18세 이후 약 6,000만 원의 기본자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기본자산은 고등교육과 주거·창업 등의 용도로만 지급 가능하다.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의 지원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자녀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현행 7세 이상 자녀 1명당 15만 원인 자녀 세액공제액을 자녀 1명당 50만 원으로 늘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개정안은 출산 또는 입양 신고한 공제 대상 자녀의 경우 첫째는 연 50만 원, 둘째는 연 70만 원, 셋째는 연 100만 원을 공제하도록 정했다. 현행법은 출산 또는 입양한 자녀에 대해서는 최대 70만 원까지 공제해주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현금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양육비 지급 대상이 되는 ‘양육한부모’의 범위를 넓히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양육한부모는 중위 소득 50% 이하일 경우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이 대상을 중위 소득 75% 이하로 늘리자는 것이 골자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긴급복지지원법 등에 따라 다른 복지 지원을 받고 있는 양육한부모도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4월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의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후계청년농어업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3년인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지급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영농정착지원금이란 농어업 분야에서 창업을 하려는 청년이 일정 기간 동안 의무 사항을 이행하면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결국 지원금 지급 기간을 2년 연장하자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포퓰리즘 법안’ 발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표만 의식한 법안을 내놓는다면 그것을 바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선거에서 포퓰리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재정 건전성을 고려했을 때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법안을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금 지원 법안 발의가 표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경우 국민대 교수는 “선거 때마다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법안이 발의되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대선을 좌우하는 핵심은 현금 지원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윤 교수는 “국민들은 당장의 지원책보다는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낮추는 것 등에 더욱 관심이 많다. 4·7 재보궐선거 때도 그랬다”며 “현금 등을 지원하는 법안이 나오더라도 묻힐 가능성이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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