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樂聖) 베토벤도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매일 가계부를 쓰고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항상 기록했습니다. 일상에서의 규칙적인 습관과 되풀이는 자유로운 삶과 성취의 원동력이 됩니다.”
‘예술 전도사’ 홍승찬(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3일 호암재단이 연 온라인 청소년 강연회 ‘펀&쿨, 섬머 쿨토크 페스티벌’에서 “원대한 꿈이나 이상이 아닌 스스로 정한 원칙과 이를 실천하는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 성공적 삶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한 홍 교수는 국립발레단 운영위원,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등을 역임했으며 예술에 경영학 개념을 접목한 국내 ‘예술경영학 1세대’ 교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 KBS교향악단 이사, 부천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이날 ‘나를 찾아서 나를 만들기’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홍 교수는 일상의 습관과 집중의 상관관계를 강조했다. 홍 교수가 예술가 중 ‘습관의 아이콘’으로 꼽은 베토벤(1770~1827년)은 매일 오전 5시에 기상해 커피 원두 60개를 일일이 세 커피 한잔을 즐겼다. 홍 교수는 “베토벤은 ‘60알 원두가 60개의 아이디어를 일깨워 준다’고 말할 정도로 커피를 중요한 일과로 여겼다”며 “매일 오스트리아 빈 근처 하일리겐슈타트 숲길 산책도 그에게 청력을 잃은 삶의 의지를 되살린 습관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베토벤이 서양 음악가 중 궁중이나 귀족 전속 음악가 신분에서 벗어난 최초의 프리랜서 작곡가였던 점도 강조했다. 베토벤은 매일 금전출납부를 작성했는데 프리랜서인 자신의 경제적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씀씀이를 줄이고 궁핍으로 인해 예술가의 긍지를 잃지 않도록 가계부를 썼다”며 베토벤의 습관이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가진 사람이 곧 부자’라는 홍 교수 자신의 ‘부자론’에도 부합된다고 주장했다.
베토벤의 기록하는 습관은 생각을 정리하고 악상에 대한 영감에도 영향을 줬다. 실제 베토벤 최후의 대작으로 꼽히는 ‘현악4중주 16번’ 악보에 베토벤은 ‘고통스럽고 힘들게 내린 결심’ ‘반드시 그래야만 하나’ ‘그래야만 한다’는 메모를 남겼다.
홍 교수는 “말년에 심신이 쇠약했을 때도 삶의 고뇌와 의미를 스스로 묻고 해답을 찾는 과정을 기록했다”며 “규칙적인 일상의 되풀이가 집중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됐고 결국 베토벤의 위대한 업적을 이끄는 중요한 원천이 됐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자기 의지대로 사는 삶이 곧 자유로운 삶, 성공적인 삶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그런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문해볼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판단력과 능력을 갖추기 위한 집중의 시간이 필요한데 매일 자신만의 규칙적 습관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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