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국내 채권형 펀드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 정보 분석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새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1조 555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로 6조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던 분위기가 확 돌아선 것이다.
이달 말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단기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됐다는 분석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자체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8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별 펀드를 보면 우리하이플러스채권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에서 2,330억 원, IBK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에서 1,496억 원,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에서 1,180억 원 등의 자금이 유출됐다. 칸서스튼튼으뜸단기채증권투자신탁 1(채권)에서는 1,02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다만 금통위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상을 전망하는 측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동결을 전망하는 쪽은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듯한 최근 정부의 태도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가계대출 잔액이 4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한 점과 부동산 및 주식으로 자금이 흐르며 자산 가격 상승을 지지하고 있는 점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은이 금융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상황인 만큼 코로나 19 재확산세는 이달 금리 인상 단행에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과 거리 두기 강화로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의) 경제 상황과 관련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공격적임을 보여준다”며 “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위축 신호 등을 고려할 때 8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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