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구직급여)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지급 수준과 지급 기간이 적정한지 여부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과 해외 관련 제도를 비교할 때 현재 지급 수준과 지급 기간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현 제도가 근로자를 실업급여 중독증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급 수준과 지급 기간 모두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뒤늦게 실업 부정 수급 등을 막는 페널티 제도를 도입했지만 대책의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아 논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실업급여는 평균 임금의 60%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19년 50%에서 10%포인트 올랐다. 지급 기간도 90~240일(3~8개월)에서 120~270일(4~9개월)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고용보험기금에서 실업급여 지출 규모가 확대됐고 결국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시장 충격이 계속되다 보니 올해 상반기 실업급여 지급액은 6조 4,800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6개월 연속 지급액은 1조 원을 넘겼고 하반기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업급여가 과도하게 지급된다는 논란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실업급여 중독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수령한 사람은 2016년 7만 7,000명에서 지난해 9만 4,000명으로 22% 급증했다. 수령 금액도 2,180억 원에서 4,8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경영계의 걱정은 실업급여를 쉽게, 많이 받으면 그만큼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동력이 상실되고 상대적으로 청년층을 고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실업급여 중독증을 두고 전문가들은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다른 나라보다 임시직 근로자 비중이 높고 근속 기간이 짧아 실업급여 반복 수급이 발생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실업급여가 청년 실업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고용정책으로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노동정책은 실업 대책이 아닌 ‘고용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청년이 왜 중소기업으로 오지 않는지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현 제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지급 수준을 보면 한국은 평균 임금의 60%, 독일은 순임금의 60~67%, 프랑스는 기준임금의 57~75%, 포르투갈은 임금총액의 65%다. 가능한 지급 최대 비율은 한국이 4개국 중 가장 낮았고 지급 기간도 비슷하다. 한국이 최대 9개월이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24개월, 포르투갈은 18개월까지 가능하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실업급여 지급 수준과 지급 기간은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도한 지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도 반복 수급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달 실업급여를 5년 동안 3회 이상 수급한 사람은 세 번째 급여부터 수급 횟수에 따라 50%(6회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감액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달 말 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발표한 후 실업급여 대상자를 예정대로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 정책을 고수하기보다는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경영계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2017년)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최장 7개월로 OECD 29개국 가운데 25위였다. 하지만 당시 10조 원 규모였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올해 마이너스 3조 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상황이 급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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