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주한미군은 아직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지시가 내려올 경우 한국 정부와 관련 내용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WSJ가 이날 인용한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아프간 피란민 수용지로 미국 본토 이외에도 한국·일본·독일·이탈리아 등 해외 미군 기지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미 국방부가 아프간 피란민 수용 군 기지로 지목한 곳은 버지니아 포트 리,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 위스콘신주 포트 매코이였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현재 미국 뉴저지주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합동 기지에도 천막촌을 세우고 의약품·음식·물·화장실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대규모 탈출 대란이 발생하면서 카타르·바레인 등 인근 대피소의 피란민 과밀 문제가 제기되자 미국 정부가 그 대안으로 미국 내 시설은 물론 제3국에 위치한 미군 기지도 고려하게 된 것이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보도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을 탈출해 피란길에 오른 난민은 2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리 피터스 주한미군사령부 대변인은 22일 아프간 피란민 수용 관련, “주한미군은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 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만약 임무 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과 강력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국방부 및 한국 정부와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피란민 수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한미군이 피란민을 수용하려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와 협의한 적 없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우선 미 국무부가 외교부 등 우리 정부와 큰 틀에서 협의하고 이후 한국 국방부와도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야 주한미군의 아프간 피란민 수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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